이슬람문명을 소개한 책들이 국내외에서 잘 팔린다. 교보문고인터넷사이(www.kyobobook.co.kr)는 국내 12명의 이슬람 학자들이 공동저작한 책 '이슬람'이 금주 종합도서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음을 알린다.뉴욕타임스사이트(www.nytimes.com/2001/10/28/books/bestseller)는 과거 수녀였던 이슬람 연구가가 쓴 '이슬람'과 현직언론인이 쓴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가 비소설류 베스트셀러 10위 권에 진입했음을 보인다.
국내외에서 뉴욕의 테러사건 이후 꾸준히 팔리는 책은 헌팅턴이 쓴 '문명의 충돌'이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세계를 기독교 권, 이슬람 권, 중국 권, 아프리카 권으로 나누어 조망하고 기독교 권과 이슬람 권 간의 갈등을 예측한 내용을 따라가면 뉴욕테러, 미국의 아프간공격으로 이 세계가 맞닥뜨린 불안함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문명의 충돌'은 이제 미국에서도, 국내에서도 뒤로 물러나 있다.
미국에서는 테러직후 1위에 잠시 절판까지 되었었으나 현재는 베스트셀러 10위 밖이고 국내에서는 10위 안이지만 끝쪽이다.
베스트셀러 목록은 시간이 가면 바뀐다. 사람들 관심사에 따라, 또 세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터지는 이슈에 따라 바뀐다.
금주 국내에서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이 종합 베스트셀러1위, 미국에서 '세균(germs)'이 비소설류 베스트셀러 1위가 된 배경에는 떠오르는 중국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 사정, 탄저병공포가 있다. 새로운 이슈가 터지면 물론 이 순위는 바뀌기 쉽다.
바뀔 때는 바뀌더라도 국내출판계에서 '이슬람'이 '문명의 충돌'보다 더 잘 팔리는 것은 기쁜 일이다.
세계의 문명질서 움직임을 하나의 논리로 꿰는 거시이론적인 '문명의 충돌'식 책도 필요하지만 이슬람문명에 대한 미시이해를 돕는 책도 필요한데 '이슬람'은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기쁜 이유는 또 있다. 번역서가 아니라 저술서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55개국의 13억 인구를 가진 이슬람문화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떠, 이슬람 권에서 10여년씩 공부하고 돌아온 학자들이, 그리고 그 중 몇을 제외하면 준 실업자들인 학자들이 모여 저술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간 사회가 "학문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학자 층이 두터워야 한다"고 해온 논의가헛말이었음을 확인하는 것은 씁쓸하지만 지식과 체득경험을 대중서라는 이름으로 내놓는 이들이 있고 말이 대중서일 뿐 깊이를 갖춘 책이 잘 팔리는 것은 기쁜 일이다.
'이슬람'에는 주목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이자 없이 운영되는 은행, 종교성에서 운영하는 건물의 오르지 않는 임대료 등은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았을 때 잘 굴러가는 사회모습을 보인다.
이슬람학자들의 저술을 참고했더라면 신라 처용설화에 대한 역사학적 접근이 쉬웠을 것임을 알게 된 것도 이 책 덕분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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