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 교역질서의 기본 틀을 제공할 ‘뉴라운드’출범이 목전에 다가섰다.내달 9~1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에서 국제 교역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20개국 정상들이 ‘도하 라운드’출범의지를 재확인, 사실상 연내 출범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도하라운드의 구체적인 윤곽은 주요 의제별로 선진-개도국간, 수출-수입국간 이견이 심각해 각료회의에서정해질 무게중심의 향배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 농업방어ㆍ반덤핑 족쇄 채우기 관건
이번 각료회의의 주요의제는 WTO가지난 달 27일 배포한 ‘선언문 초안’에서 보듯 이미 협상이 진행중인 농업과 서비스시장 개방 의제 외에 공산품 등 비농산물과 반덤핑 협정 등 기존의 WTO협정 개정문제가 포함돼 그간 폭넓은 의제(Broad Agenda)를 지지해온 우리로서는 일단 유리한 고지에 섰다.
우리의 이해와 직결되고 회원국간 이견이 가장 큰 분야는 단연 농업부문. 호주 등 농산물 주요 수출국 모임인 ‘케언스그룹’은 각국의 농업보조금 완전 철폐와 무역장벽 대폭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쌀 개방’문제로 수세에 몰렸던 우루과이라운드(UR) 때와는 달리 다른 분야와 연계협상을 통해 농업부담을 줄이기로하고 공세적 입장을 편다는 구상이다.
특히 UR의 ‘쌀 시장 개방 2004년까지 유예’근거가 됐던 농업 개도국지위를 재확인 받는 것이 관건이지만관세 인하 등 얼마간의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대신 미국 중국 등 우리 주요 시장 국가의 반덤핑 규제 남용 방지를 위한 WTO 협정 개정에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정부는 노조의 반덤핑 제소 자격 박탈, 덤핑마진 기준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의제 채택 자체에 대해 강한거부 반응을 보일 만큼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서비스 등 경쟁력 강화 시급
우리의 공산품 평균 관세율이 7.5%로 상대적으로 낮아 각국의 공산품관세가 대폭 인하할 경우 우리에게는 유리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뉴라운드로 공산품 관세가33% 인하하면 GDP 0.26~0.48% 증가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수산ㆍ임산물이 공산품으로 분류돼 임ㆍ수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중국의 WTO가입에 따른 영향도 다각도로 대비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또 서비스시장의 경우 유통 등 자발적 자유화가 얼마간 이뤄지긴 했지만 의료(병원)교육(학원) 영상(스크린쿼터) 법률 등 여전히 취약한 분야가 많아 선진국들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개방의 폭과 속도를 최대한 조절,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협상 대상분야에 무역원활화, 정부조달 투명성등이, 검토분야에 환경ㆍ전자상거래분야 등이 포함됐다.
■“선택 아닌 필수”
국내총생산(GDP)의 약 73%(지난해기준)를 대외무역에 의존하고 있고, 쌍무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뉴라운드의 조기출범이 해외시장 확대와 부당한 수입규제 장벽을 걷어낼 호기를 만난 셈이다.
우리 정부도 협상 초기부터 강한 지지의사를 밝혀왔다. 미국 미시건대학은 최근 뉴라운드 출범으로 각국 무역장벽이 33% 낮아지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6,000억 달러, 우리나라는 약 140억 달러의 경제성장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도하라운드가 본격 출범할 경우 농ㆍ임ㆍ수산업 등 경쟁력이 취약한 1차산업 업종과 일부 서비스업종의 피해와 이에 따른 반발도 우려된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측은 “환란 극복과정에 과감한 경제개혁과 무역ㆍ투자자유화 조치가 상당히 이뤄졌고, 농업분야는 이미 협상이 진행중이어서 뉴라운드 시장개방에 따른 직접적인 부담은 크지 않을것”이라고 밝혔다.
●뉴라운드란?
무역장벽.신현안 다루는 다자간 협상테이블
다자간(多者間) 무역협상 테이블이 둥글고, 특정 국가의 이익으로부터 중립적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붙여진 ‘라운드’라는 명칭은 1947년 제네바라운드이후 우루과이라운드(UR)까지 모두 8개 라운드로 바톤을 이어 왔다.
뉴라운드(New Round)는 UR이후 남아있는 무역장벽을 낮추고 세계화등 국제 환경변화에 따라 나타난 새로운 현안들을 다루기 위해 1998년 2차 각료회의때 협상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99년 미국 시애틀각료회의가각국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데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거센 시위로 협의 자체가 난항을 겪어 실패하기도 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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