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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산도 가을빛 한창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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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산도 가을빛 한창이더이다

입력
200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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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고울 것이라던 올 단풍은 그러나 현재까지는 실망스러운 수준. 설악산, 오대산 등 중북부의 산에는 단풍이 들다 말고 모두 낙엽이 됐다.몇 차례 뚝 떨어졌던 기온 때문이라는 것이 등산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제 남쪽에 기대를 걸 수밖에.

단풍 감상과 함께 하루 일정의 산행을 겸할 수 있는 남녘의 산 세 곳을 소개한다. 색깔이 곱지 않더라도 좋다. 워낙 산세가 수려해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백암산(전남 장성군, 해발741m)

백암산은 ‘애기단풍’으로 유명한 산. 말 그대로 단풍나무의 잎이 작고 앙증맞다.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에서 아이의 손바닥 만한 것이 주조를 이룬다. 잎 표면에 털이 나 있고 뒷면은 매끄럽다.

크기는 작지만 색깔은 맑고 진하다. 애기단풍나무가 자연 그대로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인공조림을한 단풍 명소와 분위기가 다르다.

백암산 산행은 약 4시간이 소요된다. 백양사에서 출발해 백학봉을 거쳐 최고 봉인상왕봉에 올랐다가 운문암계곡을 타고 다시 백양사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초반은 거친 능선을 오르는 조금 힘겨운 코스이지만 하산길은 아름답고 편안하다. 조금 더 긴 산행을 원한다면 백학봉에서 구암사쪽으로 돌아 내장산(신선봉)까지 갈 수 있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문을 연 고찰. 조계종 18교구의 본산이다. 대웅전에서 주차장에 이르는 길에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다. 붉고 노란 터널을 이룬다.

제6회 장성 백양사 단풍축제가 26일부터 28일까지 백암산과 백양사일대, 장성군광장에서 개최된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갖가지 참여이벤트와 백양 12경 등 인근 명소를 연계한 레저행사를 마련했다. 문의 장성군청(061)390-7224

■월출산(전남 영암군, 809m)

전남 영암군과 강진군에 걸쳐 있는 월출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전체 면적이 41.88㎢로 크기도 보잘 것 없다. 그런데 예로부터 전남 제일의 명산으로 꼽혔고 지금은 어엿한 국립공원이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의 월출산은 바위와 단풍이 이루어내는 색깔의 조화가 빼어나다. 그러나 작고 매운 고추와 같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엉킨 돌무더기 산이기 때문에 길이 험하고 오르기도 힘들다. 꿈 같은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많은 땀을 지불해야 한다.

월출산 등산로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동북쪽 천황사에서 올라 최고봉인 천황봉을 등정하고 구정봉을 거쳐 도갑사로 내려오는 길이다. 약 6시간 정도가 걸린다.

처음부터 속보는 금물. 시작부터 거친 숨이 절로 나온다. 길은 바위를 만나면 90도 각도로 솟는다. 오르막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리막도 많다. 거친 바위파도를 타는 느낌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이 인상적이다. 짐승처럼 생긴 바위들이 최고봉인 천황봉을 중심으로 햇살처럼 펼쳐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붉은 단풍이 짐승의 혓바닥처럼 피어있다.

하산길의 억새밭도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느끼기에 좋다. 등산을 마쳤다면 온천으로 피로를 풀면 제격.

월출산온천관광호텔(061-473-6311)에 대욕장이 있다. 월출산관리사무소(061)473-5210

■청량산(경북 봉화군, 870m)

청량산은 도시의 산꾼들이 즐겨 찾기가 쉽지 않았다. 교통의 오지이기 때문이다. 그 비경을 아는 이들이 혼자만 쉬쉬하며 다녔던 것도 하나의 이유다.

유홍준교수도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3’에서 “경북 답사코스의 클라이맥스이지만 이 곳이 크게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답사를 포기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청량산은 돌산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남성미를 물씬 풍긴다. 거침없이 솟아오른 바위 봉우리, 절벽에 뿌리를 박고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아름드리 소나무, 수 십 길 낭떠러지에 쏟아지는 폭포수…. 바깥에서는 도저히 오르지 못할 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일단 안에 들면 훈훈하다.

등산은 청량사에서 시작된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응진전-금탑봉-경일봉-보살봉을 지나 의상봉(청량산의 주봉)을 거쳐 다시 내려오는 것. 5시간 정도가 걸린다.

길은 바위절벽의 틈새를 타고 기기묘묘하게 뚫려 있다. 한 편은 언제나 깎아지른 낭떠러지이다. 발 아래 펼쳐지는 풍광에 넋을 놓다가는 사고를 당할 수도있다.

바위 병풍 아래자리한 청량사는 663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고려의 공민왕이 직접 현판을 쓴 유리보전과 지불(紙佛) 등 두 개의 보물이 있다.

어풍대라는 바위에서 내려다보는 절의 모습이 장관이다. 관리사무소(0573)672-4994.

/권오현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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