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제주경찰서 정보과 임건돈(任建敦) 경사와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조직부장 김견택(金見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법원은 ‘공무상 기밀은 누설에 의해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게 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는 대법원 판례(1996년 5월10일)에 따라 적용요건을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민주당김홍일(金弘一) 의원이 대통령의 아들이더라도 휴양지에서 지인들과 식사한 동정을 담은 보고서 정도는 공무상 기밀로 보기 힘든데도 영장까지 신청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영장심사를 맡은 제주지법 심우용(沈雨湧) 판사도 23일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문건의 주된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사유를 명백히 했다.
심 판사는 또 문건 유출경위와 관련해서도 “관행적인 정보교환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일 뿐 금전이나 대가를 받거나 다른 정치적 목적 하에 유출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여 ‘한나라당 경찰 프락치 사건’으로 규정하려는 민주당측 주장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 지난 99년 1월 한나라당의 국회 529호실 난입사건 당시에도 법원은 “국회 정보위 자료열람실이던 529호에 있던 정치인 동향자료나 내각제 관련 자료 등은 국가기밀 사안이 아니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에도 여당과 안기부는 ‘국가기밀 탈취사건’이라며 야당을 압박했지만 법원은 당시 난입을 주도했던 한나라당 당직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했었다.
이에 따라 경찰 수뇌부나 경찰의 영장신청을 지휘한 검찰이 대통령의 아들과 관련된 사항을 야당에 넘겨준임 경사에게 ‘괘씸죄’를 적용, 과잉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임 경사의 행위는 징계 등의 행정처분 대상은 될 수 있어도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다”며 “검ㆍ경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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