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제안한 벤처사업 활성화를 위한 '벤처투자 이익공유제도'에 대해 찬반논의가 활발하다.이 제도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심사를 통과한 100여 개 기업에 대해 투자자가 5년간 투자액의 최고 연 4%의 약정수수료를 내면 약정금액의 50%를 손실분담 상한선으로 하거나 총 투자금액의 50% 이내에서 손실을 보전해 주는 제도이다.
만약 투자가 성공할 경우에는 자본이득의 20~30%에 대해 성과수수료를 받고,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했을 때에는 손실부담 약정액의 3~5% 내에서 성과출연금을 받겠다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정부가 벤처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공들였던 코스닥시장이 폭락하자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판자들의 논리는 이렇다.
첫째 고 위험, 고 수익을 특징으로 하는 벤처투자에 대한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자신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매년 100여 개의 한정된 기업과 일부 투자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특혜하는 주장이다.
이 제도는 1981년 네델란드에서 실시한 PPM제도를 본받아 덴마크(1994) 오스트리아(1997) 핀란드(1999) 등이 벤처투자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주식투자보증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외국의 사례라고 해서 무턱대고 도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네덜란드의 경우 자본시장의 성공으로 1994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가 1996년부터 다시 도입했다.
이들 국가의 특성이 자본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고 특히 창업초기에 주식공모가 활발하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주식투자보증제도는 정부주도로 회사를 설립하여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스닥 광풍이 불다가 지난해 말부터 급전직하한 이후 벤처기업의 자본조달기능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더구나 1980년 중반부터 형성된 벤처캐피탈 시장은 이번 타격으로 향후 5~7년의 장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정부가 벤처투자 이익공유제도를 도입하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제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부실화가 가속화하고 결국 국민의 부담 증가로 연결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한때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는 것 자체가 특혜로 치부되던 시장풍토에서 이 제도는 새로운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어차피 80% 내외에서 신용보증하는 업무특성상 50%의 부분 보증은 당초 기술신용보증기금 혼자 부담하던 위험을 투자자와 공동으로 나눠 갖게 되는 셈이다.
이 제도가 없다면 마비될 최초 발행시장에, 보증이라는 '한 바가지의 물'로 자본을 끌어들이는 펌프(誘水)정책을 시도하는 것이라고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의 성공여부는 해당기업을 어떻게 선정하느냐, 즉 기업선정을 위한 평가기술의 확보에 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우량기업을 택한다면 자금지원의 의미가 없고, 불량기업을 택한다면 부실위험이 더 커진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특성상 자금지원을 회사당 30억원으로 제한하고 조달자금과 위험부담의 한계상 100 개 이내에서 우량기업을 선정하려는 것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500 개 정도의 기업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고, 현재까지의 벤처생존율 30% 정도가 성공한다면 해 볼만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벤처의 의미가 모험이고 투기자본이기 때문에 위험을 경영자와 투자자가 부담한다는 정신은 옳다. 그러나 경제발전을 위해 국가와 국민이 동참한다는 정신에서 본다면 이 제도를 도입할 만하다. 신기술사업의 발전에 따른 과실은 경영자와 투자자에게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윤계섭 서울대 경영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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