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굴 위한 보험인지 모르겠어요. 그저 ‘돈만 먹는 하마’ 같습니다.” 최모(31)씨는 최근본인 과실로 접촉사고를 낸 뒤 100만원의 수리비를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했다가 크게 후회했다.보험료 견적을 받아보니 자비로 사고 처리를 하는 것이 차라리 유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던 것이다.
최씨는 신차를 구입해 A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것은 2000년 8월. 올 8월에는 가입 2년차에게 적용되는90%의 표준율(기준 100%에서 무사고 경력에 따른 10% 할인 적용)에 따라 60만3,350원의 1년 보험료를 납입했다.
문제는 이번 사고로 보험 처리했을 경우와 그냥 자비로 처리했을 경우의 보험료 차이.
보험 처리를 하지 않았을 경우 매년 표준율이 10%씩 줄어들어 45만4,170원(2002년),39만1,060원(2003년), 33만5,190원(2004년) 등으로 연간 보험료가 크게 감소한다.
하지만 보험 처리를 함으로써 표준율이 오히려 10% 올라가고 특별할증까지 10% 붙어 110%의 할증율이 적용돼 62만6,200원(2002년), 59만6,380원(2003년), 59만6,380원(2003년) 등으로 보험료가 껑충 뛰게 됐다.
보험료가 똑같아 지는 2009년까지 납입해야 할 보험료 차이는 무려 142만원에 달한다.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가격자유화 조치 이후 우량-비우량 계약자간 보험료 차등폭을 넓히면서 자동차보험이 보장기능을 상실한 ‘반쪽 보험’으로 전락했다.
대부분 보험사들이 이전에는 특별할증 대상에서 제외됐던 책임보험에 대해서도 올들어 표준율 할증과 함께 특별할증까지 적용함으로써 사고에 따른 할증율이 전체적으로 10~15% 가량 상승한 것.
이에 따라 별다른 계산없이 보험 처리를 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보험 계약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사고 할증율이 높아짐에 따라 100만원을 보험 처리의 마지노선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사고액이 100만원 미만이라면 자비로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고 100만원 이상이면 보험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보험사측은 또무사고 경력이 길어 보험료가 낮게 책정된 계약자의 경우 할증이 붙는다해도 보험료 상승분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수치일 뿐 200만원, 300만원의 고액 사고에 대해서도 보험 처리가 불리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아무리 경미한 부상이라도 대인사고로 이어졌을 경우 보험처리액이 동일한 단순 물적사고와 비교할 때 2~3배의 할증율이 적용되기 때문.
게다가 일단 보험 처리를 하고 나면 두번째 사고부터는 특별할증율이 급등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보험계약자 김모(40)씨는 “접촉사고의 경우 수리비가 100만~200만원을 넘어가는 경우는 그리 흔치않다”며 “평생 한 번 날까 말까한 대형사고가 아니면 보험 처리를 하지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경쟁이 우량 계약자에게만 치중되면서 우량-비우량계약자간 보험료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결국 보험의 사회보장적 기능을 상실케하는 요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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