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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의혹과 폭로전의 종착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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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의혹과 폭로전의 종착점은

입력
2001.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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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만 쳐다 보고 있으면 온 나라가 의혹투성이다.설(說)이 설을 낳고 폭로가 추가 폭로와 역(逆) 폭로를 가져온다. 폭로의 진위와 사실 여부가 가려지기도 전에 또 다른 의혹이 등장하면서 이전의 폭로는 뇌리에서 지워진다.

이전 폭로가 만든 의혹의 잔상(殘像)에 또 다른 폭로가 주는 의혹이 오버랩되면 남는 것은 실체와 관계 없는 총체적 의혹뿐이다.

폭로 당사자는 제기한 의혹 중 지엽말단적인 것 하나라도 사실로 확인되면 마치 전체가 입증된양 의기양양해 한다.

폭로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른 황당무계한 것이라도 아니면 그만이다. 의원이 국회에서 행한 발언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이라는 전가의 보도(寶刀)가 있기 때문이다.

폭로에 나선 의원들에게 도덕적ㆍ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사치다.

정치인에게 실정법적 책임보다 도덕적ㆍ정치적 책임이 더 아픈 것이라는 얘기는 이들에게는 마이동풍이다. 검찰에 소환만안 되면 되고 형사처벌만 받지 않으면 된다.

게다가 폭로전은 마약처럼 즉효가있다. 박빙의 싸움인 재ㆍ보선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정국주도권 확보에 도움이 된다.

사활이 걸려있는 내년의 대선에도 중요하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결딴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무책임한 폭로전을 말려야할 여야 지도부가 앞장서 폭로전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원내총무들은 시차적으로 역할분담을 해 효과를 극대화하기까지 한다. 일종의 작전인 셈이다.

폭로는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만 효과가 있다. 정확한 정보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상대가 인정하고 누가 봐도 의문의 여지가 없는 주장이어야 한다. 우여곡절이 많은 우리사회에서 한 건의 폭로가 시대의 흐름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국회에서 마구잡이로 행해지고 있는 폭로전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무조건 하고 보자는 습관적 폭로다.

무책임한 폭로전이 가져올 피해는 너무 크다. 마치 환경오염이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것과 같다. 한번 오염은 쉽지만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과 엄청난 세월이 필요하듯 폭로로 인한 부작용을 바로 잡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폭로전이 기승을 부리는 가장큰 이유는 폭로가 정쟁(政爭)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쟁의 종착점에는 내년 대선이 있다.

정당이 정권을 유지하거나 또는 잡으려 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정쟁을 정권게임의 중요한 방편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생사를 건 정권싸움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금도(襟度)가 있어야 하고 게임의 룰은 지켜져야 한다.

폭로전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내년 대선은 사상 가장 추악한 싸움이 될 게 뻔하다. 추악한 싸움에는 진정한 승자가 있을 수 없다. 엄청난 후유증만이 있을 뿐이다. 내년 대선이 사상 최악의 더러운 싸움이 될지 여부는 여야 지도부의 결단에 달렸다.

폭로를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에 입각하지 않는 정략적 폭로가 문제다. 여야 지도부가 정략적 폭로를 방치하거나 경우에 따라 부추길 경우 내년 대선의 후유증은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축제라는 선거가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이병규 정치부장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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