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제주 도지부 사무실에 대해 경찰이 심야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검찰총장이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대해 시비를 건데 이어, 경찰이 또다시 압수 수색을 벌인 것은 정권의 이미지에 결코 보탬이 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권력의 상징이랄 수 있는 검찰과 경찰이 연이어 야당에 칼을 들이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혹시 대통령의 아들을 의혹사건의 몸통으로 거론하는 것에 대해 권력기관이 과민반응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탓에 "이 정권이 민주정권인지 독재정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는 야당의 말에 오히려 국민의 귀가 솔깃할 수도 있다.
사건의 추이를 살펴 볼 때, 경찰의 압수수색은 과잉 대응이다.
이미 문건을 전달한 사람과 받은 사람의 신원이 드러나고, 유출경위가 밝혀진 이상 구태여 압수수색을 할 이유는 없다.
대통령 아들이 실명으로 거론되고 뒤이어 여권이 온통 난리가 난 듯 북새통을 떠니까, 경찰이 앞뒤 살피지 않고 부랴부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는 오해를 살만도 하다.
더욱 부자연스러운 것은 압수수색 이후 여당의 태도다.
권력을 쥔 여당이 야당을 향해 공작정치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도 하거니와, 김홍일 의원이 제주도에 간 시기와 정보문건 작성시기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야당의 주문생산에 의한 공작정치"라고 반박하는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럽다. 문건에 적혀있는 '동향보고' 의 내용은 엄연한 사실이지 않은가.
여당 대표가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야당 안에 독재시대의 유산이 남아있기 때문" 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여권 인사들은 툭하면 과거를 내세워 오늘의 여당은 민주투사 출신이고 야당은 독재정권 출신이라고 말하는 데, 이젠 이런 말에 약효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탄압받던 야당인사라 할지라도, 권력을 쥐는 순간 그런 이미지가 사라지기 십상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동교동 출신 인사들 중 그런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의 아들인 김의원은 괴롭더라도 주변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하리라고 본다. 그와 연고가 있는 사람이 이 정권 들어 여러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으로 비쳐지고 있음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이 "나 때문에 고생을 한다" 며 김 의원을 안쓰러워 했다는데, 그것은 대통령 아들인 그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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