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 대한태권도협회장이 22일 모처럼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태권도학과 교수 및 일부 학생들로 구성된 ‘범태권도 바로세우기 운동연합’소속 700여명이 비리인사 퇴진 등을 요구하며 전날부터 국기원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하는 등 국내 태권도계가 내분에 휩싸여 있는 터라 기자들은 어느때보다 김 회장의 ‘입’을 주목했다. 속 시원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수습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입에서는 전혀 뜻밖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태권도를 무도에서 스포츠로 자리잡게 하는 데는 최소한 100년이 걸리는 일인데도 내가 (백방으로 뛰어서)20년 만에 해냈다”고 운을 뗀 김 회장은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을 겨냥해 “대학에 태권도학과를 만들어서 밥 먹게 해주고 교수까지 시켜줬더니…”라고 못마땅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또 “태권도단체장은 월급이나 판공비를 받는 자리도 아니고순수한 자원봉사”라며 “봉사를 해주면 고맙다는 말은 못할 망정 밥그릇싸움하면서 X물까지 튀기면 되느냐”고 되물었다.
김 회장은 이어 부산아시안게임과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대해 “다 내가 봉사해야 할 일인데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되지”라고 말했다. 소신발언이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자 김 회장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 “제발 잘 모르면서 소설이나 쓰지마”.
국기로 불리는 태권도. 그러나 잦은 내분으로 위상은 날로 추락하는데도 수장인 김 회장의 상황인식은 변함이 없는 것같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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