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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인위적 증시부양책은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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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인위적 증시부양책은 毒

입력
2001.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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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권시장은 냄비증시라고 한다. 이 명성에 걸맞게, 미국 테러사건 직후 하루동안 주가지수 하락률 역시 우리가 12%로 세계에서 가장 컸다.흔히들 우리 증시가 과다하게 등락을 거듭하는 이유는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낮고 거래회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냄비증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과 자본구조가 취약한 데 있다.

퇴출되어야 할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버젓이 존속하면서 우량기업의 수익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또한 우리 기업의 회계정보는 아직도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투자자들이 기업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주식투자의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양질의 회계정보는 그냥 얻어지는게 아니다. 시장에서 충분한 수요가 있을 때만 공급된다.

기업회계정보의 최대수요자는 돈을 꾸어주는 금융기관과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정책대출과 담보대출 관행으로 인해, 채권자들은 양질의 회계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따라서 회계정보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적정수준보다 양과 질적인 면에서 훨씬 미흡하였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은 체계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여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가 어려웠다.

단기차익만을 노리고 초단타 매매에 몰입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식투자가 자랄 토양이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얼마 전 증시의 안정적 수요기반 확대를 위해 세제혜택을 대폭 강화한 '장기주식투자'라는 신상품을 도입하였다.

정부가 원래 내놓았던 안에는 투자금액의 일정비율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상품 뿐만 아니라 주식투자손실을 사후적으로 전액 보전해준다는 파격적인 상품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행히 사후 손실보전 상품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여론에 밀려 당정협의 과정에서 철회되었다. 그러나 주식투자에 대한 사후적 무제한 손실보전같은 발상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한심하다.

따지고 보면 도입하기로 한 세액공제 상품도 투자손실에 대해 일정한도까지 사전적으로 보전해 주는 제도이다.

주식시장은 '고위험ㆍ고수익' 원칙이 지켜져야 제대로 작동한다. 그런데 인위적인 증시안정 대책은 일반적으로 시장의 적정 수준보다 훨씬 많은 고위험 투자를 조장한다.

투자손실을 정부가 어느 정도 보전해주는 만큼 투자자들은 주식의 위험을 열심히 평가할 인센티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주식의 위험평가를 가능케 하는 양질의 회계정보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다시 단기투자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인위적인 부양책은 당장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효율을 떨어뜨려 주가를 하락시킨다.

정부는 89년에 소위 12ㆍ12 조치를 통해 투신사에 3조원을 투입하여 주식시장부양을 도모하였었다.

그 이후에도 정부는 인위적인 개입으로 많은 부실기업의 퇴출을 지연시켜왔다. 그러나 이는 결국 나중에 더욱 큰 반동 에너지로 작용하여,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경제구조를 취약하게 만들었을뿐이다.

80년대 말 이후 인위적인 증시부양책을 남발하지 않고 90년대 초에 자연스럽게 부실기업의 퇴출을 유도하였다면 97년도의 금융위기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IMF위기 이후 어렵게 도입한 선진금융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도를 인내심을 갖고 시행해 나가야 한다.

금융기관의 신용평가시스템 확립, 상시퇴출제도 운영, 자기 책임하의 주식투자 등은 모두 투명한 회계정보를 요하는 사안이다.

신뢰성있는 회계정보에 대한 수요는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정부가 앞장서서 과다한 위험 투자를 조장하고, 양질의 회계정보 수요를 저해하는 시책을 내놓은 것은 시장경제의창달과는 모순이다.

/전성빈 서강대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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