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거요. 많이 잘못한겁니다. 고발이 없어서 손을 대지 못한다고 미온적이던 검찰이 이제는 손을 대다가 마는 것 같습니다…검사는 기개와 윗사람 눈치보지 않는 소신이 있어야 해요. 일제 때도 이렇지는 않았고, 건국 초기에도 이렇게 검사들이 뼈다귀 없지는 않았어요"'대꼬챙이 검사'로 불렸던고 최대교 변호사가 수서사건 수사가 한창 질척거릴 때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가 지금 살아 있다면 오늘의 검찰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문민시대라는 민주화 첫 관문을 거쳐 평화적 정권교체에 의한 국민의 정부라는 시대에도 그리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절망한 나머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전 법조비리 사건 처리를 둘러싼 갈등과 불화가 남긴 묵은 상처는 젖혀두자.
국민을 절망 시킨 최근의 일들만 들추어도, 검찰은 정말 너무 한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수뇌부의 동생과 조카 등이 추악한 스캔들에 관련되어 입 방아에 오르지를 않나, 전직 검찰총수의 전화 한 마디에 구속 대상자를 풀어주지 않나, 그 일로 해서 높은 직위의 검사님들이 줄줄이 기소 당하고 사표를 내는 불상사가 터졌는데도 검찰은 변할 낌새가 없다.
화제가 '녹취록'에 이르면 그 저질스러움과 눈 먼 출세욕에 절망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조직폭력배가 관련된 기업간 고소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간부검사가 사건 관련자와 식사하면서 나눈 얘기가 숨소리 하나 가감 없이 활자로 살아났다.
"이 정부 들어와 가지고 깡패들이… 정치인들과 다 연결돼 가지고 말이야" "인사라는 게 있어…정치권에서 끝까지 노 하면 검사장 못하는 거야"
부장검사가 어떻게 사건 관계자와 단 둘이 식사를 할 수 있는가. 부득이 그런 자리가 됐다 한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가.
"봉투에 10만원짜리 100장을 해 가지고 갔어요…그거를 드리니까 부장님도 안받으시네…그래서 저를 멀리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거예요"
사건 관계자의 이 말들이 차라리 브로커와 거간꾼이 활개치는 밑바닥 세계의 일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돈을 받지 않았으니 되지 않았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명절이 두 번이나 지나갔는데 왜 인사가 없느냐 해서 봉투를 만들어 가지고 갔다"느니, "전에는 제 성의로 받아 주셨는데" 는 무엇인가.
정치인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검찰총장의 발언은 정말 귀를 의심케 한다.
국회의원이 직무와 관련해 국회에서 한 발언을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정치인의 특권이다.
국정감사나 분과위원회에서 한 질문도 면책특권에 포함된다는 것을 검찰총장이 모를 리가 없다.
정치문제에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검찰 총수가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 검찰중립 원칙은 어떻게 되나.
분당 백궁지구 용도변경 사건에 대한 수사 촉구에는 증거가 없어 수사를 할 수 없다더니, 이용호 게이트 배후로 소문난 여권 인사 실명공개 사건은 면책특권 논란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즉각 수사에 착수할 태세다.
검찰개혁안에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아 그럴 사 하게 포장해 내놓아도 믿을 사람이 없는 이유를 알 것이다.
국민은 최대교 변호사 같은 결벽증 검사를 원하지 않는다. 검사도 유혹에 약한 사람이니까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뭉쳐진 완벽한 검사상을 바랄 수도 없다.
그러나 양심과 상식이 통하는 보통 검사는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90점은 몰라도 최소한 60점은 되어 달라는 것이 국민의 염원이다.
동 시대 인구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사리분별을 못해서 그런다고 볼 수는 없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출세 지상주의 근성에서 벗어나, 명예를 먹고 사는 공익의 대표자라는 긍지를 되찾지 못하는 한, 보통 검사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 초차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