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산다.내 학생들중에는 그 말이 좀 유치하다고 내게 진언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왜 다른 분들처럼 점잖게 논어나 맹자의 구절이나 사자성어를 들지않느냐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쉬운 말이라 좀 유치하게 들리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쉽다고깊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진리는 늘 우리 곁에 있다. 다만 우리가 그걸 볼줄 모를 뿐이다.
어쨌든 나는 이쉬운 구절을 받쳐들고 마치 '환경 전도사'라도 된양 전국을 누비며 자연 사랑 강연을 하느라 늘 바삐산다.
내가 제일 많이 하는 강연은 역시 개미와 인간에 관한 것이다.
나는 늘 다음과 같은 말로 개미 강연을 끝낸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미를전 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충 한 600명 정도입니다. 오늘 개미의 삶에 대한 제 강연을 들으신 여러 분들은 이제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개미에 관하여 많이 아시는 그저 몇 천명의 '개미 박사님'들입니다. 이제부터는 아마 함부로 개미를 밟아 죽이는 일은 하시기 힘들 겁니다. 우리 인간 못지 않게 정교한 사회를 구성하여 사는그 신비로운 동물의 삶에 대해 너무 많이 아시게 되었기 때문에 함부로 해치지 못하게 되신 겁니다."
나는 대학에서도 바로 이런 마음으로 강의를 한다. 나로부터 자연의 비밀과 신비에 대한 강의를 들었던 학생이 이담에 염색공장 사장님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비가 억수로 퍼붓는 어느 날한 직원이 달려와 "사장님, 폐수를 처리하기에는 지금이 적기입니다"라고해도 나는 그가 쉽사리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리라 믿는다.
오히려 그 직원에게, 아니면 그 기회를 이용하여 아예 모든 직원들을 다 불러모아 열띤 자연 강의를 하리라 믿는다.
"자네들 우리 공장 옆으로 흐르는 저 강물에 누가 사는지 아나. 가시고기가 산다네. 그 가시고기 아버지의 눈물겨운 부성애가 말이야.....”
나는 굳게 믿는다. 우리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이듯이 자연에 대해 우리가 많이 알면 알수록 그들을 해치라고 누가 등을 떼밀어도 하지 못하게 된다고.
우리 자연이 당장 숨이 넘어갈 지경이니 버려진 깡통도 줍고 구호성 운동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것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교육만이 환경을 살리는 궁극적인 길이다.
한편으로는 지금 당장 자연을 훼손하고 있는 어른들을 교육시켜야 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차세대를 교육시키는 것이다.
백년대계라고 떠들긴 해도 거의 매해 교육정책이 바뀌는 풍토에서 어쩌면 씨도 먹히지 않을 얘기인지 모르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자연교육을 시키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주인이 될 때까지 그저 10년내지 20년만 기다리면 된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선 자연에 대해 충분히 알 수있도록 기초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자연의 신비와 섭리를 그 때그 때 널리 알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그리오래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회가 될것이다.
자연을 보호하는 일은 학자들과 일반 시민만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기업이 발벗고 나설 때가되었다.
자연을 가장 대규모로 해칠 수있는 주체가 바로 기업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자발적인 각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윤을 남길 수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마다 않는 다국적 기업들이 실제로는 환경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않은 곳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이른바 이미지 시대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이미 오래 전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거대기업들 중의 하나인 LG의 구본무 회장님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환경위원회의 위원장이기도 하지만 그저 감투만 덩그마니 쓰고 있는 게 아니다.
여의도 높은 건물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늘 밤섬의 철새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가 국내 조류학자들과 함께 만들어 국문과 영문으로 출간한 원색도감 '한국의 새'는 내가 자신 있게 외국 동료들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또 새를 연구하고 보호하는 모임들에 직접참여도 하고 재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고 들었다.
평생 과학에 몸담으며 매사에 객관적이도록 훈련을 받은 나이지만 진실로 자연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실천하기까지 하는 총수가 이끄는 기업의 제품도 왠지 더마음에 드는 걸숨길 수 없다.
그의 자연사랑에 대해 알고난 후부터 나는 컴퓨터든 밥솥이든 그회사 제품만 산다. 우리는 바야흐로 기업은 물론 국가도 브랜드 이미지를 갖춰야 경쟁에서 이길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이미지는 왠지 깨끗하고 친근하다. 세계적인 기업 네슬리(Nestle)가 단 한번의 이미지 실추를 아직도 만회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jccho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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