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2ㆍ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포스트시즌서 세이브를 추가했고 애리조나는 월드시리즈 직행에 1승만을 남겨뒀다. 이로써 김병현은 아시아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애리조나는 21일(한국시간) 터너필드에서열린 2001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4차전서 12안타로 11득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11_4로 대파했다. 애리조나는 3승1패를 기록,애틀랜타를 벼량 끝으로 내몰았다.
7_3으로 앞서던 8회 미구엘 바티스타가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리자 봅 브렌리감독은 김병현을 호출했다. 첫 타자 하비 로페스는 초구에 배트를 내밀었으나 2루 땅볼이 되면서 병살타로 연결됐다. 다음타자 마르쿠스 자일스를 볼카운트1_2에서 3루수 직선타구로 처리, 위기를 탈출했다. 9회 2사 후 애리조나가 상대실책 등으로 4점을 보태면서 김병현은 포스트시즌서 처음으로 타석에 설 기회까지 얻었다. 제이슨 마퀴스가 뿌린 4구째를 때렸으나 2루 땅볼로 물러났다. 9회말에도 김병현은 볼 10개로 삼자범퇴, 리그챔피언십서 첫세이브를 기록했다. 애틀랜타는 에이스 그렉 매덕스가 3이닝 동안 8안타로 6실점, 일찌감치 무너진 게 뼈아팠다. 5차전은 톰 글래빈(애틀랜타)과랜디 존슨(애리조나)이 현역 최고의 좌완투수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홈에서 2연패를 당한 시애틀 매리너스는 양키스타디움로 옮겨 치러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3차전서 양키스에 14_3으로 역전승, 첫 승을 거뒀다. 시애틀은5회 척 노블락의 실책으로 동점을 만든 뒤 6회 브렛 분, 존 올러루드가 각각 솔로포를 쏘아올려 경기를 뒤집었다. 월드시리즈에서 25차례나 우승한양키스가 포스트시즌서 14실점을 하기는 처음이다. 정규리그 양키스전서 2승무패, 방어율 1.35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38세의 좌완 투수 제이미모이어는 7이닝을 4피안타, 2실점으로 버텨 승리투수가 됐다.
정원수 기자
nobleliar@hk.co.kr
■김병현 "PS도 통한다" 자신만만 투구
봅 브렌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신임감독은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끝난 뒤 김병현을 염두에 두고 “이제 우리 팀에 비싼 마무리는 사치품이다”라고 선언했다.
또 창단 4년 만에 첫 월드시리즈 제패에나선 조 가라지올라(Joe Garagiola) 단장도 김병현을 따로 불러 “네 어깨에 달렸다”며격려했다. 21일(한국시간) 리그챔피언십서 첫 세이브를 거둔 김병현은 포스트시즌 3게임에 등판, 4와 3분의 1이닝동안 1안타, 2삼진으로 무실점 행진, 이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병현이 단기전서 진가를 발휘하는 이유를 볼에 대한 자신감과 제구력향상에서 찾고 있다. 김용철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해에 비해 투구폼을 간결하게 바꾸면서 제구력도 향상됐고 볼에 힘을 실을 수 있게됐다”고 분석했다.
또 “ 볼이 통한다는 자신감도 위력적인 투구에 큰 보탬이 됐다”고 덧붙였다. 허구연 MBC해설위원은 “지난해의 경우 시즌 막판 부상과 피로누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진 것을 경험한 김병현은체력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익혔다”고 분석했다. 현대야구에서 마무리 투수 없이 우승은불가능하다.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으로 이어지는 최강의 원ㆍ투 펀치를 보유한 애리조나는 이제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 시애틀 매리너스의사사키 가즈히로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특급소방수를 지니게 됐다.
▦ 게임 운영능력
1999년 6월13일 애너하임 에인절스전. 김병현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보크로 결승점을 내주며 허무하게 마운드를 내려온 것. 사흘전 시카고 컵스전에서 파스를 붙이고 나갔다가 퇴장, 웃음거리가 됐던 김병현이 겪은 가장 큰 시련이기도 했다.
김병현은 풀타임 메이저리거 2년차인 올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우선 투구수가 줄어들었다. 지난해 이닝당 투구수 18.8개가 16.3개로 낮아졌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는 증거이다.지난해보다 27과 3분의 1이닝을 더 던지고도 볼넷이 2개 밖에 많지 않을 정도로 제구력도 향상됐다. 구속은 2~3마일(시속 3.2~4.8㎞)정도 줄었지만 코너워크에 신경을 쓴 결과다.
▦ 좌타자 상대요령
소위 옆구리 투수의 아킬레스건은 왼손타자. 지난해 피안타율 2할이었던 김병현은 좌타자에게는 2할3푼9리로부진했다. 올해는 그 수치가 1할9푼9리로 떨어졌다. 현지언론은 ‘좌타자 킬러’로 불리는 베테랑 투수 토드 스토틀마이어(36)의 충고가 컸다고 평가한다.
뉴욕 양키스 투수코치 멜 스토틀마이어의 아들인 우완투수 토드 스토틀마이어는 직구와 변화구를 적절히 사용, 좌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14년 동안 138승119패, 방어율 4.25를 거둔 그는 김병현에게 시즌 초반 좌타자 상대요령을 집중적으로알려주었다. 스프링캠프 때 연마한 싱커도 큰 효력을 발휘했다.
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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