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폐막된 상하이(上海) APEC 정상회의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의미있는 평가를 해볼 수 있다.우리의 입장에서는 미묘하게 꼬여있던 4강 외교를 복원시켰다는 점이 포인트이고, 국제적 시각에서는 미국의 테러 참사 이후 처음 열린 다자 회의에서테러 문제의 해법이 강구됐다는 점이 평가할만하다.특히 4강 외교의 복원은 한반도 평화구축에 장애가 될 수 있는 함정들을 상당부분 메웠으며 우리에게 부담을 주는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그 실마리는1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포용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각별하게 예우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자세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국익 우선주의의 공화당정부가 들어서고 3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대북 회의감(Skepticism)을 표명하면서 한미 관계는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것으로 비쳐졌다.
세계 최강의 미국이 맹방인 한국 정부와 보조를 함께 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북 포용정책의 탄력을 둔화시키고 나아가 우리의 국제적 입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와중에서 일본은 역사교과서 왜곡,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우리를 당혹케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상하이정상회담에서는 김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얼굴’을 세워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부시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우리의 관계 복원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익 우선주의의 강한 외교가 곳곳에서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급기야 테러 참사로 이어졌다는 자성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고이즈미 총리도 15일 서울의 정상회담에서 역사교과서, 신사 참배, 꽁치 조업 등 민감한 현안들의 해결 방향을 나름대로 제시했고 20일의 상하이 회담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언급을하는 성의를 보였다. 장쩌민(江澤民) 중국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동반자적 우의를 보여주었다.
정상 회담은 구체적 합의만큼이나마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클린턴 전 미대통령이나 故 오부치 게이조(森喜郞) 일본총리때처럼 공고하지는 않다 해도, 한미ㆍ한일 관계가 정상궤도에 다시 올랐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상하이의 4강 외교는 한반도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끼치는 강대국들을 일단 우리의 논의 틀에 들어오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中언론 'DJ 중시'
APEC 정상회의를 집중 보도하는 인민일보 해방일보 문회보 등 중국 주요 신문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1면에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과거 개혁, 개방의 노선을 택하던 시절 중국 최고지도자 덩 샤오핑(鄧小平)이 인민일보의 사설을 직접 고칠 정도로 중국 주요 신문은 정부와 당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따라서 인민일보 문회보 등이 김 대통령을 크게 취급한다는 사실은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한국을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기사는 1면은 물론, 다른 면에서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민일보는 20일자에 각국정상들의 회담을 보도하면서 1면에 江 주석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회담을 중앙 톱으로, 김 대통령과 江 주석의 회담을 우측 톱으로 자세히 보도했다. 江 주석과 다른 정상들의 회담은 안쪽 지면으로 들어갔다.
상하이(上海)에서 발행되는 문회보도 이날자 1면에 미중 정상회담을 톱으로 다루었고 한중 정상회담기사를 5단 크기의 두 번째 기사로 보도했다. 다른 정상들의 기사는 1면에 보이지 않았다.
군 기관지인 해방일보도 미중정상회담을 1면 톱으로 다루고 각국 정상들의 움직임을 오른쪽에 병렬했는데 맨 위에 김 대통령의 기사가 자리잡았다. 2면의 정상회담 사진 중에서도김 대통령과 江 주석의 회담 사진이 맨 위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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