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페스티발(Festival)로 바꿔주세요.” 첫 한국시리즈 출장을 앞둔 홈런왕 이승엽(25ㆍ삼성)은 구단에 조금 엉뚱한 부탁을 했다.2년 전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홈런기록(54호)을 다시 쓰던 당시 타석에 설 때마다 나왔던 가수 엄정화의 인기가요를 로고송으로 다시 틀어달라고 부탁했던 것.2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최근 몇 년째 홈런더비에서 경쟁해온 맞수 타이론 우즈(32ㆍ두산)가 0_3으로 뒤진 4회초 먼저 솔로아치를 그렸다. 포스트시즌에서만 10번째 홈런으로 이 부문 신기록을 세운것. 특히 이 홈런 한방은 삼성 선발 발비노 갈베스의 구위에 눌려 있던 두산타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5회초 4_3, 역전의 기폭제가 됐다.또 용병 최초로 정규리그와 올 스타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던 우즈가 올 시즌 한국시리즈의 영웅으로 탄생하기 위한 신호탄이기도 했다.
질긴 ‘한국시리즈 징크스’를떠올리며 침묵하던 삼성 덕아웃에 힘을 실어준 스타는 이승엽이었다. 5회 말 선두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볼카운트1-2에서 상대투수 빅터 콜의 시속 142㎞짜리 밋밋한 직구를받아 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135㎙짜리 대형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이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처음 터뜨린 홈런이었다.순식간에 분위기는 반전됐고 삼성은 8회말 7_4로 경기를 다시 뒤집어 우승 보증수표로 통하는 귀중한 첫 판을 거머쥐었다. 결국 우즈의 추격포보다이승엽의 동점 카운터펀치의 효과가 더 컸던 셈이다.
프로 데뷔 후 느꼈던최고의 순간을 떠올리려고 애쓰던 이승엽은 경기 후 “사실 한국시리즈 첫 출장에 너무 긴장, 전날 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며 “실투를 노려친 것일 뿐 우즈와의 홈런경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우즈도 “홈런보다 중요한 건 우승”이라는 말만 남긴 채 다음 경기를 기약했다.하지만 승부처에서 터지는 홈런이 한국시리즈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엄청나다. 삼성과 두산이 처음 만난 19년 전 한국시리즈도 6차전 9회에 나온OB(현 두산) 김유동의 만루포로 기나긴 승부가 끝났다. 1차전서 나란히 홈런포를 터뜨린 이승엽과 우즈 중 누가 주연이 될 지 관심이다.
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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