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탈레반의 본거지인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 소수의 특수부대 요원을 침투시킨 것은 향후 지상전이이전의 전쟁 양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미국은 아프간 공격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이번 지상 작전에서 100~200명을투입, 수시간 동안 목표물 2곳을 공격한 뒤 철수하는 ‘치고 빠지기식’ 작전을 전개했다. 대대적인 공습과 함께 대규모 병력을 일시에 투입했던10년전의 걸프전과 비교하면 아프간에서의 첫 지상군 투입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양상에는 2단계 작전 수행을 위한 다목적의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전략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이번 소수 요원 투입은 본격적인 지상공격을 앞둔 ‘예행 연습’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미 폐기된비행장을 공격 목표로 했다는 사실은 미국이 이번 작전의 목적을 전과(戰果)를 과시하기 보다는 지상전으로 전환하는 데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두번째아프간 집권 탈레반에 대한 심리적 타격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10만명의 미군 병력과도 맞설 수 있다고 호언하는 탈레반 측에 100명,200명의 소수 병력으로도 그 심장부를 노릴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미국 내 및 세계 각국에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크다. 따라서 자국민의 희생을 감수하고서 병력을 전선에 투입한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자국내의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고 반 테러 국제 연대를 다잡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 수집도 이번 작전의 목적이다.미국은 이번 작전에서 탈레반과 관련한 각종 서류, 컴퓨터 칩 등 구체적 정보 뿐 아니라 탈레반 군의 대응 동향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남부에 침투한 레인저 부대원들은 파슈툰 족장들을 탈레반에서 이탈하도록 하기 위해 공작을 펴고있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을 측면 지원하는 임무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북부에서 육군 그린베레 요원들이 탈레반에 대항하는북부 동맹군을 지원하고 있는 것과 병행한 작전으로 보인다.
지상전으로의 전환이 신속하게 이뤄진 대목도 음미할 만하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지상전 전환은 2주간의공습으로 더 이상 파괴할 목표물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쟁 비용 문제도 공습만을 계속할 수 없게 한 이유로 지적된다. 영국국방부 관계자는 “벌써 토마호크 미사일이 100발 이상 발사됐다”는 말로 막대한 전쟁 비용을 암시했다.
이번 작전을 대규모 지상전의 신호탄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상군을 대규모로투입할 경우 병력 손실과 엄청난 군사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군사 전략가들은 미국은 대규모 지상전 투입에 앞서 정예부대를 최단기간내 투입, 철수하는 작전을 반복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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