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테러 확산에 대한 수사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일부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은폐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 미국 정부가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리고있다.톰리지 조국안보국장은 18일 지난 주 취임 이후 처음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까지 탄저균에 감염된 사람은 수천건의 검사 사례 중 불과 6명에 불과하다” 며 국민들에게 과민 반응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감염 사례가 처음 확인됐을 때부터 정부가 사건을 테러와 무관하다고 밝히는 등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있다.
지금까지의 배후 용의자는 수사 당국이 밝힌 범행수법과 경로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라크, 알 카에다 조직, 미국내 증오단체(hate group) 등으로 압축되고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구 소련 비밀세균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일자리를 잃은 러시아 과학자들이 출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으나, 균 포자의 정밀도와 해독성을 볼 때 그 정도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이라크 배후설은 이라크가 과거 유엔 사찰단의 사찰을 받을 정도로 정교한 탄저균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10년 넘게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데 따른 테러 동기가 충분하다는데 기초하고 있다. 리처드 스퍼첼 전유엔 수석생물학 감시관은 “이라크가 1985~89년 미국의 ATCC사로부터 탄저 균주 21개와 다른 병원균 15개를 구입했다” 며 “사찰단이 강제 추방되기 3년 전인 1995년 당국이 2,000 갤런의 탄저균을 생산했다고 시인했다” 고 밝혔다. 당시 대부분이 파괴됐으나 이라크 정부가 발견된 양의 4배에 달하는 탄저균을 은닉했을 것으로 사찰단은 추정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또 여객기 납치범인 모하메드 아타가 탄저균 감염 최초 발생 장소인 플로리다 보카 러턴 인근에 거주했으며 농약살포 비행기를 구입하는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알 카에다와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능성이 부쩍 거론되는 용의자는 국내 증오단체를 비롯한 제 3의 범죄 조직이다. NBC 방송 뉴욕 본사에서 발견된 ‘아메스(AmesStain)’라는 변종이 과거 이라크가 입수하는데 실패한 러시아에서도 없는 국내 변종이고, 지금까지의 모든 탄저균이 항생제로 바로 치료할 수 있을 만큼 생물학무기로서의 치명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균을 정교하게 가공하는 기계를 미국내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기계를 조립하는데 상당한 시설과 기술, 안전 장치가 확보돼야 한다는 것과 이라크나 알 카에다 같은 배후가 수사진을 혼선에 빠뜨릴 목적으로 국내변종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 등이 수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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