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끼를 보고서 말이 트이기 시작하네요. 바나나, 악어, 코, 입, 물, 우유 등 점점 말이 늘어났어요.”“아이가 이 프로를 보고 ‘바나나’를 써요. 엄마, 나 ‘바나나’ 쓴다. 엄마 원숭이야. 바나나 먹고 쑥쑥 크라고 써 줘. 내가 다시 보고 쓸게.”
“ 두 돌 된 우리 아기가 말이 많이 늘고 있답니다. ‘할아버지’’할머니’같은 가족에 대한 단어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상하게 ‘할머니’라는 말을 아직 못한답니다.”
육아정보사이트에 들어간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사실은 EBS가 방영하는 유아 한글교육프로그램 ‘바나나를 탄 끼끼’(금요일 오후 4시25분)의 게시판이다.
방송에서 한글만으로 분야를 특화한 것은 처음이다. 정경란 PD는 “한글을 깨치기 시작하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요즘 워낙 한글공부를 일찍 시작하는 현실이다 보니 돌이갓 지난 아이도 ‘…끼끼’를 보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아이들이 한글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로 나온 것이 사과섬에 사는 원숭이 ‘끼끼’와 게임을 하듯이 글자를 먹어치우는 ‘꼴깍이’.
예상대로 응석부리는 아이처럼 말하는 끼끼를 아이들은 좋아한다. 만화 같은 제목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첫 회의 주제였던 ‘바나나’가 비교적 익히기 쉬운 한글 단어였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끼끼’는 자모 주입식의 전형적인한 글공부 방법에서 탈피했다. 시각적, 청각적 정보를 동시에 줄 수 있는 TV라는 매체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단어 ‘바람’을 공부할 때는 먼저 바람소리부터 들려주고 바람이 점점 세지는 모습을 시각적 이미지로 보여준다.
그 다음에 글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주고, 책 읽기와 노래를 통해 ‘바람’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만든다.
정 PD는 “글자중심으로 한글을 배우다보면 단어의 의미는 모르면서 글자에만 갇히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한다.
단어의 다양한 쓰임새까지도 익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 ‘TV유치원’(KBS) ‘방귀대장 뿡뿡이’(EBS) 등 유아프로그램을 집필해 온 임도연씨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유아교육, 국어 전공자들의 자문도 받고 있다.
또 부모들이 직접 아이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게시판의 육아정보사이트 ‘아기야 노올자’(www.0to6.net)를 운영하는 ‘주연 엄마’인 박은주씨가 제안하는 활용법도 호응을 얻고 있다.
'바나나를 탄 끼끼' 독특한 방식으로 유아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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