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1800년 25년 동안 서울에서 발생한 ‘주요범죄’는 총 161건으로 밝혀졌다.심재우씨(허울대 규장각 조교)가 학술지 서울학 연구 제17호(서울학연구소 발간)에 게재한 논문 ‘심리록(審理錄)을 통해 본 18세기 후반 서울의 범죄 양상’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서울에서는 하루 6.4건의 주요 범죄가 일어났다.
심리록은 정조(正祖)가 중죄인을 직접 심리해 판결한 내용을 기록한 책으로 일종의 형사 판례집이다.
여기서 주요 범죄란 살인죄에 해당하는 살옥(殺獄), 왕가 재물 절도, 관원 사칭, 양반에 대한 무고 등의 범죄를 말한다.
161건의 범죄 중 살옥이 99건으로 가장 많았고, 왕가재물 절도, 관문서 위조등 경제범죄가 50건, 수령 및 주인에 대한 무고 등 신분범죄가 9건, 기타가 3건으로 나타났다.
살옥의 경우 남자가 가족구성원을 살인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간통, 투기, 추문등의 이유로 남자가 처, 첩, 형수 등을 살해한 것이 10건에 이른다.
피의자의 신분을 보면 총 범죄 161건 중 120건이 평민, 19건이 노비,18건이 관속(官屬), 3건이 양반, 1건이 승려에 의해 각각 저질러졌다.
18건의 관속 사건 가운데 14건이 살옥 범죄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말단 관속들이 토색질 등으로 민간인을 살해한 것으로, 하급 관노들의 기강 해이와 대민 수탈행위가 심각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사건이 관에 접수된 때부터 국왕 정조가 처음 심리할 때 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내가 91건, 1년 이상이 31건 등으로 비교적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중죄인은 판결이 나기까지 오랫동안 감옥 안에서 고문을 받는 것이 당시 법정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또 의외로 중죄인 중 사형 판결을 받은 자가 많지 않았다. 이 기간 중 사형판결은 9건에 불과하고 감사정배(減死定配ㆍ유배) 55건, 석방 32건, 군대에 보내거나 노비로 만드는 경우 12건에 이른다. 다만 재판 도중 고문 등으로 숨지는 물고가 11건에 달해 사형판결을 받은 자보다 신문과정에서 죽는 자들이 많았다.
심리록은 왕이 심리한 중죄인의 범죄만을 다루고 있어 당시의 범죄 양상을 일반화할 수 없지만 18세기 말 서울의 사회적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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