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랄라대행진 / 현태준글,그림 / 안그라픽스 발행책에 대한 엄숙한 경외심을 지닌 이들에게 이 책은 무례를 범할 수도 있다.
볼일을 보다가 눈이 가는대로 읽는 화장실 낙서처럼, 장난치듯 끄적여 놓았으니 말이다. 스티커로 제목을 붙어놓은 표지부터 키치적이다. 초등학생들이 만든 학급문집 같다. 그 속에 담긴 내용의 무게를 따지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지은이 현태준(35ㆍ서울예대 강사)씨의 단상은 엽기적이다. 초록색 때밀이 타월로 핸드백을 만든 사람이니.
그의 발칙한 아이디어는 이 책에서도 이어진다. 음식 놀이 여자에 집착하는 응큼한 ‘뚱땡이 아저씨’의 공짜로 밥 먹는 법, 대중교통을 편하게 타고 가는 법 등 치사하게 사는 노하우를 공개하는 ‘치사빤스 아저씨’는 저자 자신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본성이다.
아저씨들의 일상적 욕구와 생활을 유머러스하게 적어내려간 콩트, 인생을 즐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취미생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전시했던 작품들로 구성됐다.
‘신식공작실’이라는 브랜드로 키치적인 공작물을 만들어내던 현씨의 첫 저서다. ‘뽈랄라’는‘뽀르노(포르노)’와 ‘랄랄라’의 합성어. 눈치보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즐기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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