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대의 명제를 전제로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아ㆍ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 상하이(上海)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최근 갈등이 증폭됐던 양국간의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대 테러 협력 문제를 논의한다.뉴욕 타임스는 18일 테러 참사 후첫 해외 나들이를 하는 부시 대통령과 江 주석과의 첫 회담은 예상외의 협조 체제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양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구상했던 ‘전략적인 협력관계’로 다가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신문은 백악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과 경제 문제 논의를 넘어서 새로운 대 중국 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보여줄것”이라며 “중국 역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이번 보다 좋은 기회를 갖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테러와의 전쟁에서‘협력’이라는 명분 하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로 보고있다. 미국으로서는 아시아에서 지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의 지지를 받아 국제연대의 확고한 틀을 정착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또 중국은 테러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통해 티베트와 신장(新疆)성에서 분리ㆍ독립 운동을 펼치는 이슬람 과격파들을 진압할 수 있고 인권침해 논란, 대만에 대한 지원문제 등에 대해 미국의 반대 급부를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양국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비롯, ‘중국 위협론’과 정찰기 충돌 사건 등 껄끄러운 문제를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에서 제외, 회담의 성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다만 중국측은'하나의 중국' 에 대한 지지 재확인 등과 함께 1989년 텐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이후 취해진 군사 제재조치 해제등을 집중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중국에 대한 제재 조치 해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국의 대 테러 연대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국은 기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더 많은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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