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삽으로 땅을 파거나 흙을 떠내다.(동아새국어사전)■새 정의: 시간만 낭비하고 헛수고하다.감정의 앙금을 배설하다.
■용례: “숙제도 결국 못하고 하루종일 삽질했다.” “여러분 가슴 속에 맺힌 분노를 풀어줄 삽질의 공간.”
컴퓨터 프로그래머 박진근(30)씨는 새 통신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밤을 새웠다. 하지만 결과는 엉뚱했다.
자신의 컴퓨터에 내장된 웹과 메일 파일만 날아가 버린 것이다. 대학생 박현준(26)씨 역시 리포트 제출을 위해 하루 종일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이 주제를 선택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것을 선택하니 너무 간단한 내용이었다.
결국 이들은 소득을 얻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난 삽질만 하고 있었다.” “숙제 때문에 하루 종일 삽질했다.”
말 그대로 풀이한다면 삽으로 땅을 파거나 흙을 떠내는 일이 삽질이다. ‘질’이라는 접미사가 도구를 나타내는 명사에 붙어, 그 도구를 가지고 용도에 맞는 일을 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톱질, 빗질, 칼질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요즘은 삽질이 오히려 다른 용도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이중적인 의미다.
되지도 않는 일의 억지스런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나타나는 우직함이 그 하나다. 굳이 표현한다면 ‘계란으로 벽치기’하는 일에 결국 헛힘만 들였다는 뜻이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삽질’은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감정의 앙금을 배설하는 곳,속에 맺힌 말을 마음껏 써대는 곳도 ‘삽질을 위한 공간’이라고 표현된다. 삽질이 헛된 수고의 의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질’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비속어의 느낌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군대와 공사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쓰였던 삽질이라는 말이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이버 공간에서 쓰이는 삽질은 긍정적인 변화의 상징이 분명하다.”
문화평론가 정한정(34)씨가 분석하는 ‘삽질’의 다층적 의미다.
우리는 빤한 결과를 보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권력의 모습에서 잘못된 삽질의 전형을 본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수조 원을 쏟아 붓고 있다. 그것은 또다른 ‘삽질’이다. 돈만 퍼붓고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와 국론분열만 증폭되고 있으니. 그래서 삽질은 우스운 말이 돼 버렸다.
삽질 같은 생산적이고 노동과 노력을 요하는 일에 왜 이런 허탈한 의미가 부여된 것일까.
모든 것이 앉아서 클릭 한 번으로 해결되는 디지털 시대. 이제는 이런 순결한 노동은 더 이상 신성함이 없다는 말인가. 다시금 삽질의 소중한 원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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