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하청인가, 정보제공에 대한 보상인가.’분당 백궁지구 도시설계 변경 후 건립중인 주상복합건물 파크뷰의 시공을 둘러싸고 의혹 대상 회사와 관계자들이 시공, 설계, 조경 등 모든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들간의 커넥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이 정치권 실세의 등을 업고 커넥션을 형성, 도시 설계 변경에 대한 정보제공의 대가로 각종 하청사업을 넘겨 받았다면 ‘이용호게이트’ 이상의 파문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1998년 토지공사의 백궁지구 도시설계변경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의뢰받아 정보를‘선점’했던 K건축사무소의 행보는 이들간에 긴밀한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 사무소의 J 전무는 99년 6월 백궁지구에 3,000여평의 땅을 매입한 H산업의 대표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H산업의 이사인 S씨는 계열사인 H건설 대표였으며, H건설 역시 같은 날 백궁지구에 3,000여평을 사들여 현재주상복합아파트인 파크뷰 건립에 참여하고 있다.
H산업과 H건설이 백궁지구 도시 설계 변경 전 땅을 동시에 구입한 것은 K건축사무소를 통해 도시 설계 변경사실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당시 K건축사무소는 이미 98년 10월 도시 설계 변경이타당하다는 중간 용역보고서를 토지공사에 넘긴 상태였다.
특히 H산업과 H건설은 토지공사로부터 99년 땅을 매입한 뒤 법인명의를 변경,토지공사의 ‘백궁지구 매각 현황표’에는 2000년 이후에 땅을 매입한 것으로 기재돼 부지매입시기를 은폐하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3만9,000평을 사들인 파크뷰 시행사 에이치원개발이 80억원대의 파크뷰 설계권을 K건축사무소 등에 넘긴 점도 석연치 않다.
건축사무소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무소 난립으로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에 설계권을 따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라고 말했다.
건축업계에서는 이 점을 들어 K건축사무소가 파크뷰 설계권을 얻어낸 것이 용도변경 정보를 에이치원개발에 사전에 알려준 데 따른 ‘보상’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K건축사무소 J 전무가 김병량(金炳亮) 성남시장의 유럽여행 중 독일에서 김 시장과 만난 사실도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때는 성남시가 도시설계변경을 최종 확정하기 6개월 전이었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평소알고 지낸 J씨를 우연히 만났다”고 밝혔으나 용도변경 용역을 맡은 건축사무소와 용도변경 허가를 관할한 성남시장과의 만남을 우연으로 돌리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에이치원개발에 100억원을 투자, 컨소시엄을 구성해 땅을 계약했던 N건설이 용도변경을 둘러싸고 의혹을 빚자 투자금을 되돌려받는 등 결별을 했는데도 나중에 150억 원대로 추정되는 파크뷰 조경권과 분양 후 이익금의 5%를 받기로 한것도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백궁지구 개발이익 얼마될까
‘미운 오리새끼’에서‘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한 경기 성남시 백궁ㆍ정자지구의 용도변경으로 토지공사와 성남시, 그리고 건설업체가 챙긴 이익은 얼마나 될까.
원 소유자 토지공사는문제의 정자동 6 일대 3만9,000평을 포함해 백궁역 일대 8만6,000평의 매각 대금으로 6,000억원을 받았다.
당초 가격이 5,300억원이었지만 용도변경후 가격이 높게 낙찰되면서 700억원이 늘어난 것.
액면상으로만 700억원이지 토지공사는 골칫거리였던 매각대금에 대한 이자와 당초 이 토지구입비와의 차액 등을 감안하면 1,000억원 이상은 벌어들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남시가 챙긴 이득은 산술적인 계산만으로도 2,000억원을 넘어선다. 토지 매각대금 6000억원에 대한 지방세 수입만 해도 348억원이고 주상복합아파트 입주자들이 내는 취득세와 등록세는 1,740억원에달할 전망이다.
건설업체들은 주방복합아파트의 분양대금으로 3조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당초 구입비 6,000억원보다 5배가 늘어난 셈.
현재 총 분양대금의 20%인 6,000억원 정도를 거둬들였으며 중도금도 계속 예정돼 있어 이익은 더욱 커진다.
특히 용도변경된 토지의 45%를 구입한 H개발측은 “공사비와 학교부지 제공 등을 빼면 이익이 200억~300억원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소 1,500억원 이상 챙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