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번에는 한국시리즈 ‘무관의 한’을 씻을 수 있을까.20일부터 7전4선승제로 펼쳐지는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우승 문턱에서 무너지곤 했던 삼성의 ‘우승 징크스’가 올해는 깨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년간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삼성은 구단중 가장 많은 15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 6차례나 한국시리즈에 나갔지만 단 한 번도 축배를 들지 못했다.
▽불운의 역사
삼성의 불운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두산(당시 OB)과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1승1무4패로 무너져 한국 프로야구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영광을 놓치면서 시작됐다.
2년 뒤인 84년 전기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삼성은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막기 위해 롯데에 일부러 져주었다는 의혹까지 받아가며 롯데를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택했지만 최동원에게 4경기를 내주며 3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불운은 86년부터는 징크스로 바뀌었다.이만수 장효조의 방망이와 김시진 권영호의 마운드 등 최고의 전력을 과시하며 86년, 87년 잇따라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현재 사령탑인 김응용 감독이 이끄는 해태(현 기아)에 각각 1승4패, 4연패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발목이 잡혔다.
삼성은 90년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 천신만고 끝에 한국시리즈에 나갔지만 LG에 4연패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93년에는 ‘천적’ 해태와 한국시리즈에서 재격돌, 4차전까지 2승1무1패로 앞서 첫 우승을 이루는 듯 했다. 하지만 나머지 3경기서 삼성은 선동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충격의 3연패로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올해는 반드시 우승한다
한국시리즈 정상의 고지를 밟기 위해 삼성이 기울인 노력은 눈물겹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하던 용병투수 발비노 갈베스를 영입하는 등 우수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
올시즌에는 그것도 모자라 한국시리즈 9차례 우승의 위업을 이룬 ‘우승청부사’ 김응용 감독을 무려 13억원을 들여 영입했다. ‘김응용호’의 출범은 모래알 같은 스타군단의 성격이 짙었던 삼성의 컬러를 철저한 팀 체제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시즌 도중 홈런더비 선두에 나섰던 이승엽이 슬럼프에 빠지자 중심타선에서 제외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냉혹한 승부사 김응용 감독이 들어온 후 자연스럽게 팀 성적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그만큼 승리에 대한 응집력도 높아졌다.
노력에 대한 결과는 14년 만의 정규리그 1위로 나타났다.최상의 전력을 갖춘 삼성의 현재 고민은 93년 이후 8년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큰 경기 경험을 가진 선수가 그만큼 없다는 정도. 하지만 승부사 김응용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는 한 별 문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전문가 예상
19년전의 복수를 벼르고 있는 페넌트레이스 1위 삼성과 3번째 패권을 노리는 두산이 20일부터 한국시리즈를 벌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투타가 안정된 삼성의 절대우세를 전망하면서도 플레이오프전 승리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산이 1, 2차전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팽팽한 접전의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보았다.
/이왕구기자
▽백인천·전 삼성감독
전력상 삼성이 앞서 있지만 플레이오프를 통해 투타 균형을 찾은 두산과 7차전까지 가는 힘든 싸움을 할 것이다. 정수근의 기동력을 살려 선취점을 내면 두산이 쉽게 경기를 풀 것이다. 삼성은 갈베스가 돌아왔지만 동료 선수들과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느냐가 큰 변수가 될 것이다.
▽하일성·KBS 해설위원
6차전 이상 장기전으로 간다면 삼성이 유리하다. 포스트시즌 6경기를 치른 두산은 페넌트레이스 20경기와 맞먹을 정도로 체력을 소모한 셈이다. 두산은 단기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2차전을 잡는 팀이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김용철·MBC 해설위원
삼성이 첫 경기만 잡으면 4승2패 정도로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갈베스_배영수-임창용의 선발투수진이 막강하고 김응용 감독이 젊은 선수들을 안정시키면 두산의 힘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두산이 대구에서 1승1패를 하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이병훈ㆍSBS 해설위원
전력이 안정된 삼성이 4승1패나 4승2패로 우승할 것이다. 삼성은 강동우-박한이가 큰 경기에 긴장할 가능성이 높고 진갑용의 부상이 악재지만 중심타선은 김동주가 부진에 빠진 두산보다 낫다. 두산은 인조잔디인 대구에서 정수근-장원진이 내야진을 흔들어줘야 한다.
▽구경백ㆍ경인방송해설위원
투수진이 막강한 삼성이 4승 2패정도로 이길 것이다. 삼성의 갈베스-배영수-임창용등의 구속은 한화와 현대투수들보다 평균 구속 5㎞ 이상빠르다. 두산이 대구에서 1승1패를 하면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두산의 홈 잠실에서 벌이는 5차례의 경기가 변수가 될 것이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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