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자유화이후 불법 외화 반출 규모가 폭증하고 있다.1999년 4월에 이어 올들어 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조치가 이뤄진 이후 외화반출에대한 심리적 부담이 사라지면서 기업과 개인들의 불법 외환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11일 한국은행 강남지점에서 열린 ‘국제금융범죄 실태와 대응방안’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 현재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 규모는 2조2,193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70%나 늘어난 것이며 한해동안 적발된 불법거래 규모(1조4,175억원)보다도 56.5%가 증가한 규모다.
■단속기관과 고도의 숨바꼭질 게임
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조치로 개인들은 1만~5만달러 미만은 세관에 신고한 후 반출할수 있고, 5만달러 이상은 한국은행 총재의 확인만 거치면 휴대해 나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제도 완화에도 불구, 거액자산가들은 외화반출 때 세원이드러나는 것을 꺼려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불법 외환거래 수법으로는 휴대 반출입, 환치기, 가격조작, 무역가장, 채권미회수 등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간브로커를 통해 원화를 달러로 바꿔 송금하는 과정에서 달러를 불법 반출하는‘환치기’ 규모는 939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보다 211%가 늘어난 것이다.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가격 조작’은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또 무역을 가장해 외화를 밀반출한 사례도 1~9월 중 1조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막대한 인력을 들여 외화 밀반출을 단속하고 있으나 수법이 갈수록교묘해져 적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적발된 A기업의 경우 미국 기업으로부터 8,000만달러 어치의 피혁원단을 공급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국내 14개은행에 제출한 다음 달러를 송금했으나 관세청이 항공사에 확인한 결과 피혁을 선적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적발됐다.
이 회사는 또 본사가 미국기업과 5,000만달러 상당의 수출입 계약을 맺은 뒤 중국 현지공장에서 미국으로 피혁 의류를 선적했음에도 불구, 수출 대금을 고의로 받지 않는 방법으로 외화를 불법송금했다.
종합상사 가운데는 중계무역을 가장해 해외 현지법인에 송금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불법 외환거래 폭증에 대해 이재욱 한은 부총재보는 "이론적으로는 외한자유화를 계기로 불법거래가 줄어들어야 하나 외환전산망 가동에다 관세청의 단속 강화로 적발 규모가 늘어난 것"이라며 '다만 암달러상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단속을 확대해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관세청의 관계자는 "서울·부산세관에 이어 올들어 인천세관 불법외화거래단속팀을 확대하는 등 단속을 대폭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 제외한 돈세탁 1건당 42억꼴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검은 돈'을 마련하고 그 출처를 숨기기 위한 국내 돈세탁 규모가 지난 8년간 26조여원에 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청소년범죄연구실장은 "1993년부터 적발된 362건의 외환관리법 위반 사건을 분석한 결과,국내 돈세탁 총액은 26조5,250억원에 달하고 1건당 평균금액은 74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이 25조원의 돈세탁으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이를 제외하면 돈세탁 1건당 평균 42억7,000여만원으로 나타났다.
돈세탁 범죄자의 직업은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전체의 36.7%로 가장 많았고 사채업자(10.6%),자영업자(8.5%),금융업종사자(6.9%)카지노·슬롯머신업자(5.3%) 무역업자(4.3%)등 순이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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