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더 무자비했던 1920년대 美월가 흥망사‘골콘다(Golconda)’는 누구나 지나가기만 하면 부자가 되었다는 전설을 가진 인도 동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있는 마을.
그러나 현대의 골콘다는 미국의 심장부 뉴욕의 월가이다. 실제로 맨해튼 남쪽에 위치한 골목길의 이름 기도 하다.
‘골콘다(존 브룩스 지음ㆍ그린비발행)’는 1,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월가의 흥망사를 이야기체 형식으로 풀어쓴 책이다.
“어떤 면에서 금융가의 투쟁은 전쟁보다 더 격렬하고 무자비하다. 왜냐 하면 전쟁에서는 적어도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는 알기 때문이다.”
월가의 변호사였던 윙켈만은 1920년대 주식시장이 얼마나 처절한 암투의 현장이었는지를 증언한다. 세계대전이라는 혼란스런 시대상을 배경으로 부침이 심한 주식의 속성은 월가에서 자고 나면 새로운 부자들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금융 전쟁에서 ‘윈윈게임’이란 없다. ‘골콘다’는 이런 명징한 사실의 기록이다.
1920년 9월16일 트리니티 성당의 종이 정오를 알린 몇 초 후, 월가와 브로드가의 교차로 부근 모건은행 근처에서 폭발사건이 일어나 30여명이 현장에서 죽고 300여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사실 이보다 더 큰 폭발력을 가진 금융사건이 싹트고 있었다. 1920년 주식을 빌려서 파는 이른바 대주를 통한 매매로 큰돈을 거머쥔 리처트 위트니는 월가가 조금씩 만만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월가는 그래도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잊지 않은 귀족들이 만든 ‘그들만의 규칙’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위트니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나만의 규칙’으로 월가를 점점 금융 전쟁의 격전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1928년 RCA에 대한 공동자금작전, 1929년 ‘피의 목요일’을 만든 월가의 크고 작은 편법적 주식 운용과 허술한제도의 틈을 비집고 든 영악한 금융인들, 대폭락의 원인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열린 청문회가 결국 희생양 찾기를 위한 술책에 불과했으며, 규제위원회의 창설을 역설한 이가 바로 불법거래의 달인 조세프 케네디였다는 사실 등 일화들이 서술돼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경제용어가 자주 튀어 나오지만 흥미진진하게읽을 수 있는 월가의 근대사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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