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산소 같은 것. 사랑은 찬란한거야. 사랑은 우리를 높은 곳으로 인도하지. 당신이 원하는 모두는 바로 사랑!”이런 가사가 들어있는 팝송 제목은?
정답은 스위트의 ‘LoveIs Like Oxygen’, 영화‘모정’의 주제곡인 ‘Love Is Many-SplendoredThing’, 영화‘사관과 신사’의 주제곡으로 조 카커와 제니퍼 원스가 부른 ‘Up Where We Belong’, 그리고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
다 맞췄다면 영화 ‘물랑 루즈’를 3배쯤 재미있게 볼 수 있다.
1900년 파리의 상수원이자 하수도였던 캬바레 물랑루즈에서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영화 ‘물랑루즈(Moulin Rouge)’는 이렇게 20세기 후반 미국의 팝송연대기로 대사를 대신한다.
“사랑에 목숨 거는 남자 보다는 다이아몬드가 좋아…” 물랑루즈의 ‘찬란한 다이아몬드(SparklingDiamond)’로 불리는 뮤지컬 가수이자 창녀인 샤틴(니컬 키드먼)의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절친한 친구’라는 노래는 어느새 “현금을 가진 남자가 제대로 된 남자”라는 마돈나의 ‘머티리얼 걸’로 변해있다.
여자의 마음이 굳게 닫혀 있을수록 두드리는 남자가 많은 법.
몬로쓰 공작(리처드 록스버그)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해주면 진짜 배우가 되도록 후원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큐피트의 실수. ‘보헤미안의 도시’ 파리에 이끌려 무작정 이곳을 찾은 시인 크리스티앙(이완 맥그리거)이 그녀의 마음을 먼저 연다.
“내 선물은 노래 뿐, 그리고 이건 당신을 위한 것이죠”라는 ‘러브송’(엘튼 존)을 부르며 달려드는 그 진실한 눈빛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엔터네이너! “우리를 즐겁게 해줘”(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리트’)라는 외침이 있는 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1900년 파리, ‘빨간 풍차’를 뜻하는 캬바레 물랑루즈는 술과 아름다운 여자와 노래와 춤, 그리고 매음이 존재하는 곳.
스포츠카를 타고, 베르사체를 입은 로미오가 나오는 리메이크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재기 발랄함을 과시했던 바즈 루어만 감독은 호주에 세운 물랑루즈의 세트장에서 100년전의 공간과 사랑을 회상했다.
파리는 화려함과 우울함이 공존하는독특한 가상적 공간처럼 보이고, 당시의 엄청난 발명품 ‘전기’를 장식품 삼아 더욱 요사스럽게 사랑에 빠진 이들의 욕망을 부추긴다.
코믹한 소극 혹은 50년대 캐릭터 코미디와도 흡사한 이 영화는 매우 고답적인 멜로를 한 편의 뮤지컬로 엮었다.
당연히 의상은 화려하고, 안무는 흥이 난다. 마를렌 디트리히가 입었을 듯한 여성성을 강조하는 드레스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어차피 ‘퓨전’ 드라마이다. CF,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화면치장도 이런 맥락에서 유쾌하다.
인도 무희와 시타 연주가를 주인공으로한 극중극은 또 다른 볼거리이고, 난장이로 분한 존 레귀자모의 화가 툴루즈 로트렉 캐릭터도 독특하다.
극장주 지들러(짐 브로드벤트)가 공작 앞에서 웅장한 형식미를 갖춰 부르는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은 웃음의 절정이다. “라이크 어 버어어어진….”
“뮤지컬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딱 맞는 뮤지컬 영화”라는 한 외국 평론가의 논평이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했다.
금지된 사랑과 비극을 익숙한 팝송과 흥겨운 춤으로 버무린 이국적 퓨전요리라고나 할까.
물론 이완 맥그리거와 니컬 키드먼의 춤과 노래, 연기는 이 식탁의 가장 빛나는 메인 요리이다.
팝송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가벼운 영화가 얄팍한 감독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면? 글쎄, 너무나 흥겹고, 화려하고, 리드미컬하고, 슬픈데. 26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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