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협회 파출소 도움 사무실 개소“팔과 다리는 오그라들지만 삶의 희망은 부풀어갑니다.”
무관심 속에 하루하루 시들어가던 ‘루게릭(Lou Gehrig)병’ 환자와 가족, 의료진등 30여명이 16일 서울 서초구 방배1파출소 옆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개소식에 참석한 루게릭 환우(患友)들은 이미 굳어버린 얼굴때문에 미소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기쁨의 눈물로 사무실 개소를 축하했다. 4평 남짓한 방범순찰대 사무실을 개조한 허름한 보금자리지만 이들에겐 꺼져가는 삶의 빛을 소생시킬 소중한 공간이다.
김진자(金津子ㆍ59)씨는 “매일 호흡기를 꽂은 목 부위를 소독하고 2주일에 1번 호흡기와 목을 연결하는 ‘케뉼러’를 바꿔주며 남편의 생명을 유지했다”며 “월 3만원에 불과한 보조금 보다는 주변의 냉대가 더 견디기 어렵다”고 울먹였다.
협회(www.kalsa.org)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광우(李光雨)교수는 “매년 450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3~4년 안에 사망하고 있지만 발생원인과 마땅한 치료법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무런 대책없이 죽어가는 루게릭 환자들을 돌보다 올해 5월 정식으로 협회를 설립했지만 사무실이 마련되지 않아 전전긍긍 하고 있었다.
이날 이들에게 다시 희망의 날개를 달아준 것은 방배1파출소 김종환(金鍾煥ㆍ43) 소장이었다. 김 소장은 “평소 돌보던 루게릭병 환자 정동호(張東浩ㆍ64)씨를 추석 인사차 찾았다가 협회 사무실이없어 고민 중이라는 딱한 사정을 듣고 여유 공간을 나눠준 것 뿐”이라고 멋 적어했다.
1930년대 이 병을 앓았던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이름을 따 흔히 ‘루게릭병’으로도 불리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ㆍ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은 대뇌와 척수 세포가 파괴돼 근육이 약해지는 질환으로 손가락 사이 근육이 위축되고 호흡장애 증세가 나타나며 국내에는1,300여명이 환자로 등록돼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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