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새 영화 제작 소식입니다. 그저께는 ‘울랄라 씨스터즈’, 어제는 ‘달려라 덕자’를 만들겠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서프라이프’도 만들어지고, ‘오버더 레이보우’도 곧 제작에 들어갑니다. 4년 전 ‘꽃을 든 남자’라는 영화를 의욕적으로 제작했다가 참담한 실패를 맛 본 MBC까지 영화 산업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그 많은 돈들이 어디 숨었다 나왔는지 투자조합도 자고 나면 하나씩 생깁니다. 그 풍성한 돈으로 제작자와 감독은 영화를 마음껏 찍습니다.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재림’은 당초 50억 원의 제작비가 두 배나 많아졌다는 후문입니다. 한국 영화도 드디어 제작비100억 원 시대를 맞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대박’을 꿈 꿉니다.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조폭마누라’를 보면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쉽게 올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더구나 대단한 작품도 아니고,저 정도쯤은 나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이왕이면 더 크게 질러서 크게 먹자”는 욕심도 생길 것입니다. 유난히 신생 제작사가 많고, 갈수록 제작비가 커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1년 동안 제작되는 한국 영화 60여 편 중 ‘대박’은 역사상 가장 호황이라는 올해에도 10편이 넘지 못합니다.
당장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고양이를 부탁해’ ‘나비’의 흥행 기록을 보십시오. ‘대박’만을 좇는 부나비에게 물론 그것이 보일 리가 없겠지요. 알더라도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겠지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박’은 땀과 눈물의 세월을 보낸 자에게만 손을 내밉니다. ‘신라의 달밤’을 제작한 좋은영화사 김미희 대표는 15년 동안 충무로에서 온갖 설움과 배고픔을 참아냈고, ‘개 같은 날의 오후’로 한때 박수를 받았던 ‘조폭 마누라’의 현진영화사 이순열 대표는 역시 ‘본 투 킬’ ‘기막힌사내’의 실패로 몇 년을 구로동 공장 창고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그들의 영화 인생을 들어보면 가슴이 메입니다. 지금의 웃음은 그 세월의 보상입니다. 그 ‘대박’은 결코 ‘운’이 아닙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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