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담배회사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British American Tobacco)사가 한국에 담배제조공장을 짓기로 하고, 향후 10년간 1조 4,000억원을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독점체제로 운영돼 온 공기업에도 경쟁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됨으로써, 간접적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갖는다는점에서 주목된다.사실 전기 가스 통신철도 고속도로 등 시민의 생활 기반시설을 독점적으로 공급해온 공기업들에 대한 불만은 매우 높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서비스의 질과 가격등에 불합리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지 않아 경제전체에 고비용과 저효율을 낳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정부도 이 점을인식, 민영화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소유지배구조의 청사진 결여, 부처간 정책충돌, 공기업 노조의 저항 등으로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공기업민영화는 좁게는 국유자산의 매각을 의미하나, 넓게는 민간부문을 확대하고 정부부문을 축소하는 여러 정책들을 포함한다. 시장경쟁을 통한 효율성 증진, 정부재정 확충,외국인투자 유치 등이 기본적인 목표다.
공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제한적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통신분야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비스 제고와 가격 인하경쟁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의 증대, 경영의 효율화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외국자본에게 국가전략산업의 경영권을 넘겨주는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과정에서 외국인투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외국인투자는 자본조달 기능을 갖는다.
공기업 민영화에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데, 이를 국내투자자에만 의지해서 조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세계 주요지역의 민영화 현황을 보더라도, 전체매각금액의 40~50%를 외국인투자가 차지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공기업 해외매각은 외화유입효과를 가져온다. 매각대금 유입은 물론 민영화된 기업들이 시설유지와 확장을 위해 후속투자를 단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IFC)에따르면 1988~94년 중 민영화된 412개 기업의 투자계획은 190억 달러로 매각대금 60억 달러의 3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
아울러 외국인투자자를 공기업 매각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은 경쟁을 유발시켜 매각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멕시코의 사례를 보면 1개 기업이 추가적으로 매각과정에 참여할 경우 매각가격이 15-20% 정도 상승하는 효과를 보였다.
공기업은 민영화되더라도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여전히 요금체계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그간의 국제경험을 보더라도 외국인들은 규제제도의 합리성과 투명성이 높지 않은 국가에서는 공기업매각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예정돼 있는 공기업 민영화과정에서 국가의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외자유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기업 규제에 대한 일관된 원칙을 사전에 확립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金完淳(외국인투자 옴부즈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