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궁ㆍ정자지구 용도변경 특혜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H개발은 단돈 20억 여 원을 투자, 수천 억 원대의 사업에 뛰어들어 일약 건설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H개발 대표 홍씨는 토지공사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뒤 4개월 후에야 정식 회사를 설립한 이례적인 경우지만 지난 해 분당지역 건설업계에서 최대의 히트작을 내놓으며 분양에 성공,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자본금 3억원, 종업원 10여 명의 소규모 부동산 개발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H개발 관계자에 따르면 홍 회장이 문제의 백궁ㆍ정자지구 3만9,000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당초 이 일대 부지의 주인인 포스코개발이 개발권을 포기한 1998년 12월.
미국의 한 교포가 H개발 간부에게 “토지공사가분당에서 땅을 매각한다는 데 사실이냐”는 문의를 해온 것이 계기였다는 것.
당시 교포 김씨는 성남시와 경기도를 방문,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는 지 여부를 타진했으나 불가하다는 답변을 듣고 포기했으나 홍 회장은 꾸준히 이 땅에 관심을 가졌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후 홍 회장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시작, 알고 지내던 N건설 김 회장에게 주상복합용지로 용도가 변경되면 사업성이 있다며 투자를 종용, 10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김 회장은 보유한 현금이 20억원에 불과해 주변에서는 건설회사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영세한 업체가 어떻게 대규모 부지를 인수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는 게 건설업체들의 얘기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분당에 골프연습장 정도의 자산을 가진 개인사업자가 단독으로 부지를 매입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H건설이 토지 용도 변경 사실을 미리 알고 토지매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홍 회장은 결국 N건설 투자금에 자신의 돈 20억원과 지인 등을 통해 마련한 40억원을 보태 159억원을 주고 99년 5월 토지공사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H개발은 계약금을 치른 후 중도금을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와중에 N건설측이“사업성이 없다”며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오히려 가장 우량급 건설회사인 H건설사를 끌어들이는 능력을 과시했다.
H개발 관계자는 “대기업인 H건설에 시공권을 약속하고 360억원을 빌려, N건설에 투자금을 돌려주고 중도금도 시일이 지나 연체금까지 물어야 했다”고말했다.
H개발은 시공자인 H건설이 또 다시 회사경영을 이유로 지난 해 12월 사업을 포기,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난관에 부닥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생보부동산신탁에 보증을 의뢰, 올 1월 2,000억원을 대출 받아 H건설에 투자금을 돌려준 뒤 S개발과 당초 이 땅을 매입했다가 포기한 P개발측을 시공사로 내세워 올 2월 1,820여세대의 분양에 들어갔다.
토지공사에갚아야 할 잔금 1,000억여원도 완납했다.
이들 회사는 영세 건설업체인 H개발에 돈을 빌려준 데 대해 “앞으로 수익이 크게 생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배경이 없다고 밝혔지만 H개발은 이 분양에서수천 억원을 벌어들여 생보부동산신탁에 빌린 2,000억여원을 일시불로 갚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건축법개정 어떻게
성남시 분당 백궁ㆍ정자 지구 도시개발변경과 관련된 건축법 개정안은 98년 12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 99년2월8일부터 발효됐다.
개정의 핵심 내용은 도시개발변경에 관한 권한을 광역자치단체장에서 시ㆍ군ㆍ구청 기초단체장에게 넘기는 것.
이 같은 건축법개정안은 98년 정부 발의로 국회에 상정돼 여야 합의로 개정이 완료됐다.
당시 건교위 국민회의 간사였던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17일 “도시개발변경 권한의 기초자치단체장에로의이전은 규제개혁 완화 차원에서 이뤄진 수많은 입법 조치들 중의 하나였다”면서 “법 개정 당시 이 문제가 여야간 쟁점이 되지 않았으며 순조롭게 처리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 여당 의원은 그러나 “당시엔 아무도 개정안의 문제점을 눈치채지 못했으나 결과적으로 이권에 이용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제의 법안은 지난해 12월 지역 난개발문제 등을 이유로 98년 이전으로 환원됐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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