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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축제봇물 실태 / 주민없는 '그들만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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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축제봇물 실태 / 주민없는 '그들만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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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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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놀이판이 갖는 생산적 가치를 생각하면 10월에 552개의 지역축제가 열리는 것을 무조건 폄하할 수만은 없다.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보면 상당수가 축제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전시성’이고 일부는 정치적 의도까지 엿보인다는 점 때문에 낭비행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름만 국제축제

‘한국방문의 해’ ‘2002월드컵 붐 조성’ 등을 명분으로 각 지자체가 새로 마련한 ‘국제용 축제’들은 대부분 준비소홀 때문에 졸속으로 치러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방문의 해 10대 이벤트’중 하나로 선정돼 총 43억5,000만원이 투입된 ‘전주소리축제’. 이 초대형 행사는 대통령이 참석한 13일 개막식부터 엉망이었다.

참석자들이 행사도중 우르르 빠져 나가고 경호문제로 주최측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행사가 중단될 위기도 여러 번 있었다.

또 참석한 해외 공연단도 고작 12개국으로 그나마 1류는 거의 없는 속 빈 강정이었다.

인천 강화도에서 12~14일 열렸던 ‘제1회 세계거석문화축제’도 고작 3개의 모조품 고인돌만이 전시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 관람객들의 빈축을 샀다.

8~15일 열렸던 충북 충주시의 ‘세계무술축제’나 5일부터 열리고 있는 ‘청주국제공예 비엔날레’, 이 달 말까지 계속되는 경북 안동시의 ‘세계유교문화축제’ 등도 수십억원의 예산만낭비한 동네잔치에 그쳤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 잡상인만 들끓어

지역축제의 주제는 다양해도 막상 찾아가 보면 어디서나 천막주점만 몰려 있으며 관객도 노인이나 단체관람 온 유치원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이다.

13,14일 인천 강화도 전등사에서열린 ‘삼랑성 역사문화축제’도 사찰 내에까지 잡상인들이 곳곳에 천막을 치고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어 병인양요 당시 강탈당한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촉구한다는 행사의 근본취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달 21일부터 경기 이천시에서 사흘간 개최된 ‘장호원 복숭아축제’ 역시 행사취지와는 달리 먹거리 장터로 변질됐다.

복숭아를 판매하는 부스는 단 1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20여개 부스는 음식점이 차지했다.

■시비가 난무하는 축제

축제가 졸속으로, 때로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기획되다 보니 잡음과 시비가 난무했다. 충북 충주시는 이 지역축제인 ‘우륵문화제’(31회)를 같은 지역에서 열리는 ‘세계무술축제’ 기간에 무리하게 함께 개최해 말썽을 빚었다.

한나라당 충주시지구당측은 15일 “시장이 시민의 혈세로 자신의 생색을 내는 축제를 무리하게 동시에 개최했다”고 꼬집는 성명서를 냈다.

올해 처음 준비된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축제’(15~18일)는 지역주민들과 협의 없이 강행해 주차 교통난을 겪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개발연구원 정삼철(鄭三哲) 박사는 “민선단체장 출범 이후 각종 축제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내용으로 상징성, 차별성이 약하고 특정 기간에 집중돼 관광객은 물론 현지 주민들의 관심조차 제대로 끌지 못하고 있다”며“지역 특성을 살리는 한편 관 주도에서 주민 주도형으로 전환하고 수익개념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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