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 감염 공포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독일 캐나다 프랑스 등에서 백색 가루가 담긴 우편물이 잇따라 발견돼 시민들을 패닉속으로 몰아넣고, 이 같은 반향이 다시 온갖 종류의 모방범죄를 부르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밖 지역에서 탄저병으로 판명난 사례는 없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독일에선 게르하르트 슈뢰터총리 앞으로 온 우편물에 하얀 가루가 들어있는 것이 15일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총리실 담당 직원이 문제의 우편물을 발견한 직후 우편물 분류실을 폐쇄했다”며 “방역당국이 정밀검사중”이라고 밝혔다. 독일정부는 16일 중 검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나 일단 탄저균 오인소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 오타와에선 15일 관광명소인 의회건물 일부가 폐쇄되고 대비령이 내려졌다. 이 건물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백색 가루가 든 우편물을 개봉한 뒤 팔에 반점이 생겨 병원으로 후송됐기때문이다. 정부측은 “35명의 의회 직원들이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도 우주항공청 사무실과 금융기관, 학교, 세무서 등에서 흰색 가루가 담긴 우편물이 잇따라 배달돼 모두 6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호주에서도 멜버른 주재미 영사관과 신문사 사무실, 캔버라의 세무서 청사에도 정체 불명의 물질이 발견됐다. 이밖에 이스라엘, 스위스, 체코, 리투아니아 등에서도 비슷한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탄저균 징후는없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애쓰고 있다.
아시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일본의 후쿠시마(福島)현 중앙우체국에서 14일 백색가루가 든 우편물이 발견됐다고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16일 전했다. 문제의 우편물은 발신인은없고 수신지는 호주로 기재돼 있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발신지가 없는 모든 국제 우편물에 대해 X선 검사를 하도록 했으며, 중국도 해외에서 들어오는모든 우편물에 대한 검역을 의무화했다.
각국 정부는 탄저균 소동이 상당부분 모방 범죄나 과도한 공포감에서 비롯됐다고 보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5일 테러에 대비,핵 세균 화학공격 대책(NBC)그룹을 구성키로 했고, 독일정부도 최근 생화학 무기정보를 다루는 특별정보센터를 설립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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