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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벌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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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벌의 이중성

입력
200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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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떤 미국 기업인의 방한으로 국내 재계가 한바탕 시끌벅적했다. 삼성 LG 등 국내 최고 재벌총수들과 개별 면담,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회견 등 그 기업인이 받은 대접은 거의 국가원수급이었다.그가 호텔에서 개최한 칵테일 파티에는 명함이라도 교환해보려고 몰려든 재계와 정부 인사들로 대거 성황을 이뤘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오너가 아니라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한 평사원 출신이다.

■이멜트 회장이 융숭한 대우를 받고 있던 때마침 국내 유명 전문경영인의 '사표 파문'이 언론의 같은 지면을 장식했다.

H그룹 계열사 김모(某) 사장이다. 그룹측은 '건강상 이유'라고 연막을 쳤지만, 실제 내막은 '전문경영인의 좌절감' 표출이었다.

그룹 내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라는 오너총수측의 부당한 압력에 아무리 발버둥쳐도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소회다. 채권단이 오히려 그의 사퇴를 막고 나섰으니 어느쪽이 옳고그른지 시비는 분명히 가려진다.

■이멜트 회장의 GE사는 국내 재벌들이 가장 선망하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세계최대 최우량 기업이라는 규모와 질도 그렇지만 사업다각화의 성공사례가 특히 구미를 당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경련 등 재벌측은 문어발식 확장경영에 대한 비판이 일 때마다 "GE를 보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GE는 제조업에서 금융 서비스 매스컴까지 선단식 경영의 표본이다. 그러나 우리 재벌측은 정작 핵심적인 대목에 이르러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이멜트 회장에 대한 국내 총수들의 예우에서 확인됐듯이 GE사가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체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온 전문경영인 이멜트 회장에게 달려가 악수를 청하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오너체제의 장점을 강변하고 고집하는 게 우리 재벌들의 이중성이다.

최근 출자총액제 폐지 등 재벌정책의 대폭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재벌들은 성이 안차 여전히 아우성이다.

우리 재벌들이 지배구조나 경영의 민주성에서 GE의 절반이라도 따라갔다면 애초에 재벌규제의 존립이유 조차 없었을 것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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