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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21 / 고교생 교실 살인 충격… 한국영화 폭력성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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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21 / 고교생 교실 살인 충격… 한국영화 폭력성 진단

입력
200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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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평론가 조희문.김시무씨“영화 ‘친구’를 40번 보며 용기를 내 복수를 결심했다”. 13일 교사가 수업 중인 교실에서 자신을 왕따시킨 급우를 칼로 찔러 살해한 부산의 한 고교생의 범죄가 아니더라도 한국 영화의 폭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올들어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잇달아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고 있으며,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많다. 또한 영화 속 폭력의 표현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고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차마 끝까지 영화를 보기가 어려웠다”는 학부모의 말처럼 요즘 영화 속의 언어와 물리적 폭력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이 사실이다.

‘영화는 영화로 보아야 한다’ ‘아니다. 영화도 일정 부분 사회적 책임을 지녀야 한다’. 영화평론가 김시무씨와 조희문씨의 대담을 통해 한국 영화의 폭력성 문제를 진단했다.

▦조희문/영화가 ‘폭력적’이라고 하는 것은, ‘죽인다’는 행위가 묘사 수준을 넘어 어떻게 죽여야 하는가 하는 방식이 매우 잔혹하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시무/15세 관람가를 받은 ‘무사’의 경우도 목이 떨어져 나가거나 화살이 박히는 것 등이 매우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분위기만 잡고 넘어갔을 텐데 이제는 매우 실제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조/ 영화기술의 발전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전에는 영화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한 이유이기도 하다.

관객 수준도 높아졌다. 실제적 상황이 개입하지 않으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바로 나온다.

그러나 어느 때에도 영화는 당대의 사회적 기준보다는 항상 폭력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폭력과 섹스는 영화가 존재하는 한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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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지금의 상황은 폭력이 폭력배와 결합한 것이 아닐까. 청소년들은 이런 폭력을 무덤덤하게 받아 들이는데 오히려 어른들이 더 놀라는 것 같다.

▦김/ 영화 속 허구 세계의 맛을 드러내기 위해 폭력이 과장되고, 섹스가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영화를 ‘폭력의 교과서’라고 주장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부산에서의 고교생의 예를들어 보자.

그는 어쩌면 그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미 보복을 마음 먹었을 것이다. 살인사건이나 난동사건에 영화를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해자가 받았던 환경적 요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영화에만 책임을 씌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

▦조/ ‘표현의 자유’라는 추상적 가치가 사회적 책임의 면죄부가 되는 분위기다. ‘표현의 자유’가 곧 ‘상품 유통의 자유’라는 이상한 등가가 성립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공간에서 완전한 상품 유통의 자유는 없다. 문화적 생산물인 영화도 마찬가지다. 현재 상황은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상품 유통의 자유를 부르짖는 것 같다.

이것은 또 다른 상업주의의 포장이라고 생각한다.

▦김/ ‘친구’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조폭 마누라’ 등 폭력성 혹은 엽기성을 담고 있는 상업 영화가 큰 흥행을 하면서 취향이 획일화하는 것 역시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보인다. 그래도 표현의 자유가 이뤄낸 문화적 성과물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표현의 자유는 그것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기본 전제를 담고 있다. 문제는 ‘친구’의 800만 명 관객 중30~40%가 미성년자로 추정될 만큼 청소년 보호 제도가 취약하다는 데 있다.

▦조/ 바로 그렇다. 유통ㆍ관리의 허점이 심각하다. 비디오에 등급 분류 표시는있으나 청소년들은 그들이 보아서는 안 되는 영화에 노출돼 있다, 최소한 비디오점에서는 등급연령별로 공간을 따로 배치해 청소년의 접근을 제한해야한다.

▦김/우려되는 것은 이런 폭력 영화가 폭력적 사회를 만든다는 발상이다. 등급분류의 강화 등과 같은 제도적 보수화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

▦조/ 테러참사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폭력영화를 자제하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쇼비니즘(국수주의)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자처하는 분위기가 우리 영화계에는 없다. 사회나 제도의 탓만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 아닌가.

▦김/ 그러나 원칙 없는 제도는 충분히 비난할 만하다. ‘조폭 마누라’가 15세 관람가를 받은 것이 헌법재판소의등급보류 위헌 판정 이후임을 감안하면 제도가 사회적 분위기에 너무 좌우되는 게 아닌가 싶다.

▦조/ 제도는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현행 심의 규정대로라면 개봉 불가인 영화가 많을 것이다.

제도는 사회를 어느 정도 반영하며 대신 소비자로서의 관객의 권리찾기 등 시민의 자정운동이 필요하다. 폭력적이고 음란한 영화에 대해 학부모 단체들이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김/ 폭력소재 영화가 흥행이 된다는 것은 관객이 어느 정도 그런 폭력성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친구’와 ‘조폭 마누라’의 폭력성에 대해 다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일종의 퇴행이라 생각한다.

성인들이 즐기고 있는 영화의 폭력성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보다는 유통구조를 바로 잡아 청소년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영화가 언제나 면죄부를 받아서는 안된다"(조희문.왼쪽) "영화를 '폭력의 교과서'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 (김시무) /최규성 기자

정리=박은주기자

jupe@hk.co.kr

■최근 조폭영화들 유머와 결합특징

관련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영화가비난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지만, 영화는 예술성에 한 발을 기대고 나머지 한 발은 선정성에 담그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조폭 영화’도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다.

1994년‘게임의 법칙’이 발표돼 신선한 충격을 주고, 이듬해 TV 드라마 ‘모래 시계’가 큰 성공을 거두자 97년 ‘초록 물고기’ ‘넘버 3’ ‘비트’ 등이 잇달아 발표됐다.

이해 발표한 한국 영화중 40%가 폭력이나 조폭을 소재로 했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 영화 관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 해부터 다시 상업 영화가 큰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올해 ’친구’는 물론 ‘신라의 달밤’ ‘파이란’이 개봉해 흥행의 기록을 새로 썼거나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지금 극장가에서는 ‘조폭 마누라’ ‘킬러들의 수다’가 상영 중이고, 산사로 숨어든 조폭들의좌충우돌을 그린 ‘달마야 놀자’가 11월 개봉한다.

건달 세계에 몸담고 있는 두 여자들의 버디 무비 ‘피도 눈물도 없이’, 고교에 입학한 조폭을 소재로 한 ‘두사부일체’ 도 한창 촬영 중이다.

최근 ‘조폭 영화’의 특징은 리얼리즘 영화의 틀을 갖추었던 ‘초록 물고기’나 ‘친구’와는 달리 ‘유머’라는 당의정을 입혔다.

때문에 ‘재떨이’ ‘빠다’ 등 주인공의 별명과 ‘담그다’ ‘연장질’ 등 조폭 은어가 부담 없이 나오고 있다.

또 영화 속 폭력배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을지언정 그것이 미화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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