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경청해야 할 사법개혁 논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경청해야 할 사법개혁 논의

입력
2001.10.17 00:00
0 0

법관들이 사법부 개혁 논의를 위한 인터넷 토론 마당을 만들자고 나선 것이 논란되고 있다.사법부의 자아비판에 앞장 선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 전국 법관 30여명은 법원행정처 법관전용통신망에 사법부 독립과 법원 민주화 방안을 논의할 사이버 공간 마련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법원행정처는 이런 ‘사이버 법관 공동회의’구상이 내부 분란이나 집단 행동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토론 마당을 만드는 문제는 사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사법부의 보수성도 존중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다만 사법 선진화를 내세우면서 조직 내부의 비판적 토론 공간 마련을 기피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 요구를 외면하는 낡은 생각이라고 본다.

정작 논란의 핵심은 토론 마당 개설여부가 아니다. 법관 공동회의 발족 취지문이 사법 위기를 거론하면서, 법관 승진제도 등 기형적 인사제도와 관행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들은 법관의 신분보장이 철저하지 않고 승진에 연연해야 하는 현행 제도 아래서는 양심에 따른 재판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의견을 수렴해야 할 판사회의가 상의하달 기능에 머무른다면 법원과 법치주의의 장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을 단지 이상론이나 직역이기주의로 폄하하는 것은 잘못이다. 재판의 독립을 저해하는 정치적 영향력의 제도적 배경이 법관 승진 및 전보 제도라는 것은 법조계 안팎에서 지적해 온 사실이다.

실질적 합의제 재판을 막는 관료적 부장판사제를 없애고 단일 호봉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의결권을 갖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인사 전횡을 막는 방안은 학계도 요구하는 것이다.

사법부 예산 및 법률안 제출권 확보, 검찰 기소독점주의 폐단시정, 대통령 사면권 남용견제 등도 3권 분립원칙을 내세워 마냥 반대할 일이 아니다.

입법과 행정권의 융합 추세 속에 사법부 독립과 정치권력 통제 기능은 갈수록 중요해 지고 있다. 이는 누구보다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떠맡아야 할 책무다.

사법부의 숱한 개혁 과제를 그럴듯하게 이름 붙인 공식 기구를 통해서만 논의하겠다는 관료적 발상부터 고쳐야 한다. 사법부 개혁 논의도 조직 저변의 자유로운 토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관행을 벗어난 판사들의 언행이 거슬린다고 해서 토론 공간 제공조차 거부한다면 오히려 개혁 요구의 타당성을 확인시켜 줄 것으로 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