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이 든 우편물 배달 및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오사마 빈 라덴이이끄는 알 카에다를 비롯한 테러 조직들과의 연루 여부에 미국 수사 당국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15일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사무실에 배달된 우편물에서 탄저균이 발견되고 ABC 방송 뉴욕 본사 직원의 7개월된 아들이 탄저균에 감염된 사실이 새로 밝혀짐에 따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빈 라덴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수사를 지시했다.
■누구의 소행인가
연방수사국(FBI)은 괴우편물 발견 장소와 배달 경로, 감염자의 행적 등을 중심으로 탄저균의 출처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으나 아직 아무런 단서도 포착하지 못했다.
다만 여러 정황 증거들을 토대로 알 카에다를 제1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있다.우선 알 카에다가 최근 수 차례 추가 테러를 경고한 바 있다.
또 여객기 납치범 중 일부가 첫 피해지인 플로리다주 보카 러턴, 대슐 총무 사무실과 NBC 방송국에 배달된 우편물의 발신지인 뉴저지 트렌튼 인근에 거주했던 점 등 두 사건은 공간적으로 상당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알 카에다는 테러 무기로 사용 가능한 탄저균 분말을 자체 생산할 능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보 소식통들은 알 카에다가 수년간 체코 등지에서 유독성 물질을 사들이려 시도했던 점으로 미뤄 이미 탄저균을 손에 넣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조직의 연루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상당수 있다.
중앙정보국(CIA)의전직 대테러 요원은 “이번 사건에서는 한꺼번에 대규모 피해를 노리는 등 알 카에다의 범행 특성들이 전혀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FBI는 테러 사태에 편승해 혼란을 부추기려는 국내 자생적 테러조직 또는 개인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도 의심 대상이다. 미국과 러시아 외에 탄저균 생산 능력을 갖춘 유일한 나라인데다, 쿠르드족을 상대로 탄저균 무기를 사용한 전력도 있다.
수사 당국은 이라크가 이번 사건을 주도하지는 않았더라도 탄저균 공급 등 지원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을 노렸나
괴우편물 배달과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첫 감염자 1명이 사망한 것 외에 실제 피해는 그리크지 않다.
조기에 발견하면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한 탄저균이 사용됐고 공중살포가 아닌 우편물을 통한 소량 전달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인은 본격적인 생화학 테러를 기도했다기보다 ‘패닉’ 현상 등 파생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
다중이용 시설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살포하지 않고 의회 지도자와 언론사등 상징적 인물과 기관을 범행 대상으로 고른 것도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또 이번 사건은 여객기 납치범 중 일부가 거주했던 플로리다를 첫 대상으로 선택했고, 또 다른 일부가 살았던 뉴저지에서 괴우편물을 보낸 점, 여객기 충돌 테러 발생지인 뉴욕과 워싱턴을 주 타깃으로 삼은 점등을 고려할 때 이같이 분석할 수 있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공포의 도가니로 빠져든 만큼 테러범들은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이번 사건이 ‘예행 연습’일 수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일부 목표물을 대상으로 소량 살포해 탄저균의 성능을 ‘임상 실험’한 후 본격적인 공격을 감행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항공기나 자살폭탄 테러 등을 또다시 감행하기 위해 당국의 관심을 딴 데로 돌려놓기 위한 ‘미끼’일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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