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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120)신사가 아니면 골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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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120)신사가 아니면 골퍼가 아니다

입력
200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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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앤드루스 북동쪽 50㎞쯤에 있는 키네스우드 라는 마을에 한 아이슬랜드 사나이가 이주해왔다. 그는 마을의 유서깊은 비숍셔 골프클럽의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자기중심의 플레이와 난폭한 행동으로 회원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어느 날 그가 라운드 중 짧은 퍼팅이 안들어가자 잔디를 발로 걷어차 잔디가 15cm 정도 벗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실을 들은 골프클럽 회원들은 긴급총회를 열고 그를 규탄하며 처벌키로 결정했다. 당시 회의록에 기록된 한 회원의발언은 골퍼의 기본매너를 명쾌하게 정의하고 있다.

“골퍼는 규칙을 엄격히 따라야 한다. 그 규칙은 자신이 플레이한 흔적을 조금도 남기지 말아야 하며 타인에게 폐를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함은 디보트 자국을 반드시 메워야 하고 벙커에 샷의 흔적과 발자국을 남기지 말고 눈에 띄는 쓰레기는 꼭 주워야 한다는 뜻이다. 매너가 없는 자는 골프를 칠 자격이 없다. 이 게임에 심판이 없는 것도 플레이어가 신사 숙녀라고 단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사가 아니면 골퍼가 아니다.”

버나드 다윈은 이 사건을 소개하면서 ‘1917년 9월 밤 비숍셔 골프클럽의 허술한 오두막집에서 골프역사에 길이 남는기본매너가 정의되었다’고 썼다.

총회 결과 만장일치로 그 사나이를 제명키로 결정됐는데 그날 밤 그는 마을에서 소리없이 모습을 감추었다고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대규모 골프장을 개발하던 한 부동산회사의 사장이 시가 주최하는 자선골프대회에 나가 두 번의 보기를 파로 기록해 신고했다. 그는 게임이 끝난 뒤 세 명의 동반자로부터 힐책을 당하자 “무심결에 그렇게 했다”고 변명했지만 룰에 따라 실격 처리되었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몇 주일 뒤 골프장 개발을 지원하던 은행이 융자중단을 통보, 회사는 도산하고 본인도 행방불명 되었다.

16세기 중엽, 에딘버러 대성당 앞 광장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벽보가 게시되었다. ‘마부 T.E. 엘리엇은 골프를 치면서 친구의 볼을 발로 차 벙커에 빠뜨렸다. 이 행위는 옆 홀에서 플레이 하던 한 사제의 눈에 띄었다.

엘리엇은 즉시 잘못을 사과했지만 성직자회의에서는 그 같은 사태를 중요하게 여겨 엘리엇에게 1년동안 광장을 청소하는 벌칙을 내린다. 이 벌칙은 오늘부터 실시된다.’

오늘날의 골프룰은 복잡하기 이럴 데 없지만 그 기본정신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행동해서는안 된다’ ‘어떤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볼이 있는 그대로에서 플레이해야 한다’가 바로 그것이다.

스코틀랜드의 골프애호가들은 이 두 가지 규칙만 지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 규칙을 어긴 사람에 대해서는 가혹한 제재를 내렸다. 골프가 유일하게 심판이 없는 게임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같은 골프선조들의 철저한 신사도정신 때문일 것이다.

/방민준 광고본부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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