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참사 발발후 언제나 요란했던 일본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무성 장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 시사주간지 세카이슈호(世界週報) 최근호는 ‘테러대책, 다나카 배제의 진상’이라는 기사에서 그 이유를 “미국의 극비 정보를 누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르면 다나카 장관은 테러 다음날인 9월12일 새벽 관저 현관 앞에서 몰려든 출입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 등의 동정을 언급하면서 “국무부는 워싱턴 근교 알링턴의 연수원으로 모두 옮겼다는데요. 그곳에선 리차드 아미티지 부장관이 지휘를 하고 있어요”라고 공개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총리실과 외무성 관계자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겨우 피난했는데, 새 표적을 테러리스트에게 가르쳐 준 것과 같다”며 “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미일 외교 소식통들로부터 “미국은 더 이상 다나카를 신용하지 않고 있다”는 말들도 전해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같은달 하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다나카 장관의 동행을 거부한 것도 미국의 불신을 감안한 조치였다. 미국에 대한 지원대책을 심의중인 국회에선 다나카 장관 대신 나카다니 겐(中谷元) 방위청 장관 등이 답변을 가로채 ‘사고’를 막는다는 내부방침도 세워졌다. 하지만 이번 전쟁이 장기전이 될 것인 만큼 이런 미봉책 대신 외무성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늘고 있다고 세카이슈호는 전했다.
유승우 기자
sw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