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 사건으로 허술한 감독체계에 대한 호된 비난을 샀던 금융감독당국이 뒤늦게 보완조치에 나서면서 감독 시스템 강화보다는 밥그릇 싸움에 매달리고 있다.금감위는 이용호 사건이 자신들의 실책보다는 '조사권한의 한계' 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반박논리를 편 끝에 내년부터 주가조작 조사를 위한 준사법권을 쟁취하는데 성공했다. 준사법권은 금감위의숙원이었으나 재정경제부의 반대로 매번 무산되곤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재경부가 금감위의 허를 찔렀다.
금감위와 사전협의도 없이 금감위 소관인 증권관련 규정승인권을 재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증권거래법 개정안에 포함시킨 것.
규정승인권은 상장ㆍ매매ㆍ공시 등의 증시 질서를 세우는 막강한 권한이고, 이해관계자들도 상당하다.
결국 금감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없던 일'로 넘어갔지만, 대신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에 증권사직원을 불러, 조사할 수 있는 준조사권을 주기로 했다.
금감위 관계자들은 이 조치가 증권거래소 등을 통해 금감위ㆍ금감원을 견제하고,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재경부의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신속한 조사를 위해 준사법권이 필요하다는 금감위 주장은 일리가 있다. 또 '법령ㆍ시행령은재경부, 시행령 위임사항을 담는 규정은 금감위'식의 현행 감독체계가 기형적이라는 재경부 논리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지금이 밥그릇 다툼이나 할 한가한 때인가. 실물은 추락하고, 금융은 경색조짐을 보이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회사채시장이 다시 얼어붙어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금융감독 기관들의 밥그릇 싸움이 권한 비대화로 귀결된다면 시장 참여자들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 현재 금융감독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에 간섭하려는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있는 권한'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병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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