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 둔화에 따른 철강재 수요 감소와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는 세계 철강업계가 불황의 수렁에서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미국 철강업계는 파산과 적자누적이 잇따르며 보호무역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그동안 가격하락을 주도했던 일본과 유럽 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감산에 본격 착수했다.
포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이러한 변화가 국내에 미칠 파장에 긴장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수입규제에 따른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25년이래 최악의 수렁에 빠진 미국철강업계
미국내 3위의 철강업체인 베들레헴스틸이 미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의 적용을 신청, 1998년 이후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철강사는 26개로 늘어났으며 이중 6개사가 파산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으며 관광명소인 샌프란시스코 골든 브릿지의 강철을 만든 베들레헴스틸의 파산보호 신청은 한철강사의 경영악화 차원을 넘어 미국 산업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철강제품의 약 5분의 1이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같은 회사갱생절차를 따르는기업들에 의해 생산되는 등 미국 철강업계는 25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철강 수입규제 목소리 높아질 듯
베들레헴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수입철강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압력은 더욱 가중될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업계는 세계적으로 1억9,000만톤의 철강이 남아돌고 있고 이 같은 여분의 철강 제품이 미국시장으로 흘러 들어와 가격인하를 부채질 하는 것으로 보고 보호무역의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수입철강제품에 대한 통상법 201조(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미국철강노조와 업계가 사활을 걸고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어 불리한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규제대상에 핫코일, 냉연강판, 도금강판 등이 대거 포함되면 국내 철강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감산 확대하는 일본과 유럽업체
가격인하 경쟁을 주도해온 일본 철강업체들은 불황 극복을 위해 감산을 확대하고있다.
신닛폰(新日本),NKK 등 일본 6대 철강사들은 이달부터 내년까지 조강(쇳물)생산량을 각각 10만~30만톤씩 줄여 1년 전보다 10%가량 감산키로 했다.
이들 업체는 올 4~9월에 생산량을 2% 줄인데 이어 이번에 감산폭을 더욱 늘려 계획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160만톤 가량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도 유지노 등 대형 철강업체들이 8월부터 감산에 들어가 핫코일 가격이 1톤당 200달러에서 210달러로10달러 상승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수익은 개선된 포철
올 상반기 경영악화로 고심했던 포철에게 일본업체의 감산합의와 미국 업체의 연쇄파산은 긍정적 뉴스가 되고 있다.
16일 오후 증권거래소에서 3/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포철은 매출이2.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9%, 8.2% 증가로 전분기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철의 3/4분기 매출은 판매량 감소로 2조7,661억원에 그쳤지만 스텐레스제품가격 인상과 원재료인 니켈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4,012억원으로 2분기보다 5.9% 증가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연말 환율이 안정될 경우 포철의연간 순이익은 당초 목표인 8,100억원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철 유상부(劉常夫) 회장은 “포철은 세계 철강업체들가 적자행진을 하는 ‘죽음의계곡’에서도 흑자를 낼 수 있는 원가구조를 갖고 있다”며 “감산과 무역규제의 효과가 나타나는 내년 2월께 철강가격이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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