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요정의 대명사였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삼청각(三淸閣)이 29일 전통 문화공연장으로 다시 태어난다.1972년 7ㆍ4 남북공동성명 직후 남북적십자대표단의 만찬이 있었던 역사적 장소이자 고위 정치인들의 ‘밀실정치’의 무대였던 이 곳은 전통문화 체험공간으로서의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단장이 한창이다.
도교에서 신선이 사는 집을 의미하는 태청(太淸), 옥청(玉淸), 상청(上淸)에서 이름을 딴 삼청각은 72년 지어진 이후 주요 국빈의 접대와 정치적 회담을 위한 고급요정으로 운영됐으나 80년대 후반 ‘방석문화’ 대신 ‘룸살롱 문화’로 접어들면서 쇠락기를 맞았다.
특히 83년 삼청각과 대원각의 자매 여주인이었던 이정자씨와 경자씨가 22만달러의 거액 외화 밀반출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난이후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 96년 ‘예향’이란 일반음식점으로 전환했으나 적자를 면치 못해 결국 99년 화엄건설에 매각했다.
당시 화엄건설은 건물을 헐고 고급빌라를 건설하려 했으나 문화재 보존 등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자서울시가 지난 1월 강남구 개포동 시유지와 맞바꾸는 조건으로 인수, 세종문화회관에 운영을 맡겨 리모델링 공사를 벌여왔다.
새롭게 단장한 삼청각은 대지 5,884평, 연건평 1,331평 규모로 공연장과 한식당, 찻집, 객실 등의 용도로 쓰이는 6채의 한옥으로 구성돼 있다.
과거 정권 실세의 연회장과 피로연장으로 유명했던 일화당(一堂)에는 문화공연과 국제회의, 세미나, 행사 등을 위한 206석 규모의 공연장과 한식당, 전통찻집이 들어섰으며 앞으로 월요일을 제외하고 연중 전통공연이 열리게 된다.
소연회장이었던 청천당(聽泉堂)과 천추당(千秋堂)에서는 다례, 도자기공연,자수 등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전통 찻집이었던 정자 유하정(幽霞亭)은 판소리, 민요, 대금, 가야금 등 우리전통음악을 배우는 곳으로 바뀐다.
민속주점이던 취한당(翠寒堂)과 동백헌(東白軒)은 안방, 사랑방, 마루 등이 갖춰진 고급숙소로 변신했다.
세종문화회관측은 주변 환경보호를 위해 기존 79대 규모의 주차장을 더 늘리지 않는 대신 세종문화회관∼프라자호텔∼교보문고∼경복궁∼삼청각을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삼청각과 함께 대표적인 요정이었던 선운각은 ‘고향산천’이란 대형음식점으로 바뀌었다가 작년 할렐루야 기도원으로 넘어갔고, 대원각은 1996년 조계종에 기증돼 지금은 길상사가 들어서 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