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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소설가' 르 클레지오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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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소설가' 르 클레지오 내한

입력
2001.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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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르트르·카뮈 아이들중 하나"‘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프랑스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

장-마리 구스타프 르 클레지오(61)의 소설 세 권이 번역 출간됐다. 르 클레지오의 이름을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장편 ‘조서(調書)’(민음사발행)와 정신의 근원을 탐색하는 단편집 ‘성스러운 세 도시’(문학동네 발행), 소설가 최수철씨가 번역한 장편 ‘우연’(문학동네발행)이다.

한국의 작가들에게 르 클레지오의 작품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프랑스 소설이 1960년대 이후 국내 문학에 드리운 넓고 짙은 그늘에는 르 클레지오의 이름이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가 우리 나라 작가들에게 가르친 것은 ‘사유(思惟)하는 소설’이었다. 잇따라 나온 세 권의 소설은 그가 짚어온 철학적 사유의 변화와 묘하게도 일치한다.

르 클레지오는 1963년 처녀작 ‘조서’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그는 당시 23세였으며, 그의 눈으로 바라본 서구 문명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여전한 전쟁 상태였다.

그는 작품 ‘조서’에서 문명사회의 폭력에 희생되는 왜소한 인간에 관한 조서를 썼다.

정신병원 혹은 군대에서 탈출했을지도 모르는 남자 ‘아담 폴로’는 빈집에서 나와 거리로 나가지만, 그가 깨닫는 것은 세계와의 단절이다.

아담 폴로는 문명 사회를 향해 광기와 예지로 가득찬 말을 쏟아낸 뒤 정신병원에 갇힌다. 바깥 세상의 사람들과 전혀 소통할 수 없는 이 남자의 극단적인 모습은 그러나 낯선 것이 아니다.

아담 폴로는 공격과 파괴의 전쟁 상태가 지속되는 서구의 기계 문명 속에서 소외된 인간을 대표한다.

이렇게 문명에 대한 불안과 혐오에 시달리던 르 클레지오는 1969~73년 파나마에서 인디언과 함께 생활하면서 평온을 찾게 된다.

서구 문명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연의 리듬을 인디언의 삶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성스러운 세 도시’는 작가가 정신의 뿌리를 내린 인디언 문명의 영적 종교적 분위기가 담긴 단편집이다.

사라진 성도(聖都)샨카와 틱스카칼, ?? 폼을 찾아가는 순례기에는 영원한 잠에 빠진 도시 위로 흐르는 장엄한 비탄이 서렸다.

세상으로부터 잘려나간 도시로 가는 여정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다. 황량한 대지와 길 없는 숲, 어지러운 건물과 무한의 소음을 지나 마침내 르 클레지오가 도착한 곳은 존재의 시원이었다.

장편 ‘우연’에서 르 클레지오는 한걸음 더나아가 인위적인 문명으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을 제시한다.

그들은 거침없고 활달한 매력으로 가득 차 있으며, 강하고 날렵하다.

‘우연’과 함께 실린 중편 ‘앙골리 말라’의 주인공은 짧고 처절한 삶을 살지만, 그가 이룬 업적은 세상을 비추는 달처럼빛난다. 이 매혹적인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사람과 마주한 당신의모습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소설이 한꺼번에 발간된15일 르 클레지오는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22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면서 강연회와 작품 낭독회, 독자와의 대화 등의 일정을 갖는다.

20,21일에는 광주와 전남 일대를 돌아보는 남도 기행도 하게 된다. 세계를 떠돌면서 개인적 삶의 근원을 찾아온 이 ‘금발의 인디언’에게 동방의 낯선 나라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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