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싱그런 떨림도, 여름날의 뜨거운 열정도 느껴봤던 두 남녀. 이혼한 상태인 30대 남녀는 쓸쓸한 어느 가을 날 만났다. .17일부터 방송될 MBC 수목 미니시리즈 ‘가을에 만난 남자’(조명주 극본, 이창순 연출)는 요즈음 ‘특별’하지도 않은 이혼한 남녀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그림이다.
1996년 9월 유부남과 유부녀의 사랑을 담백한 화풍으로 그려내 비판과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애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애인’을 연출했던 이창순 PD.
그는 “사회의 큰 문제인 이혼에 대해 부정시하는 가치관이있는데 이혼문제는 옳고 그름을 떠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이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모럴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애인’ 에서와 같은 도시적이고 현대적이면서도 담백한 수채화풍의 드라마를 지향한다.
극중 이혼남인 한수형 역은 이혼과 거리가 멀 듯한 반듯함과 예의, 그리고 성실과 모범의 이미지로 무장한 박상원이다.
박상원은 “아무리 행복한 사람이라도 한 번 쯤은 이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침에 이혼 생각했다가 저녁에는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고 말했다.
이혼한 전처의 어려운 일을 봐주고 친구처럼 대하는 수형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영화 세트제작자이다.
인터뷰하는 자리에서도 박상원은 남에게 음식을 먼저 권하며 자리를 양보한다. 이미지와 실제가 비슷한 연기자다. “이PD가 상황설정이나 극중 모습을 내 일상과 비슷하게 그려 생활하듯 연기한다”고 말했다.
박상원의 상대역은 이승연. 이혼녀인 영화사 기획실장 신은재 역이다.
평소와 달리 우울해 보인다고 하자 “가을을 심하게 탄다”며 웃는다. 가을 타는 여자가 가을에 한 남자를 만나는 배역을 맡은 심정을 묻자, “이혼은 가슴에 내재된 분노가 드러난 상태일 것이다. 분노로 인해 다음 사랑에 대해 이전보다 더 의심하고 확인하려 할 것이다. 은재는 그런 인물 중 한 사람이다”라고 답한다.
‘접속’ ‘연풍연가’ 등 멜로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37세의 작가 조명주가 그려낼 ‘가을에만난 남자’는 재혼은 첫 결혼보다 그리고 이혼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로는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동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있는 은재는 이혼 후 만난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한다.
자유분방하고 자기 일에 집착을 하는 수형과 늘 편안하게 해주고 자신을 배려해주는 상처한 50대 그룹 회장 윤섭(이정길) 이다.
은재가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발생하는 갈등은 재혼에 이를 때까지 증폭돼 드라마의 근간을 이룬다.
“나는 자상함이나 조건이 부여하는 안락함보다는 단 하루를 살더라도 사랑을 택하겠다”는 이승연의 사랑관이 ‘가을에 만난 남자’의 결론일 것이라고 이창순PD가 귀띔한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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