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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뺨치는 '구조조정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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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뺨치는 '구조조정 작전'

입력
2001.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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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은 남들이 모르게…’최근 정보기술(IT)업계의 구조조정 작업이 부쩍 은밀해졌다. 기밀유출을 방지하고 회사의 부정적인 소문이 업계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적인 CRM기업인 한국IT테크놀로지의 ‘빨간모자 아저씨’. 빨간모자 아저씨란 이 회사에서 구조조정 대상자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악역을 맡은 사람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빨간 모자와 빨간 가방을 든 사나이가 사전예고없이 어느날 불쑥 나타난다.

빨간 모자 아저씨를 접한 직원은 개인의 짐을 빨간 가방에만 모두 넣어야 한다. 개인이 따로 꾸리는 짐은 용납되지 않는다.

사전에 구조조정을 통보하게 되면 회사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이처럼 영화 같은 방법이 동원된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 업체에는 올 여름 빨간 모자 아저씨의 출몰빈도가 잦아졌다.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구조조정에 전자우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자로 지목되면 공개적인 통보없이 당사자에게만 퇴사 예정일에 퇴사 대상임을 알리는 전자우편이 은밀하게 전달된다.

과거에 반도체 기밀유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이 같은 전자우편 통보제도가 도입됐다.

PC통신업체인 유니텔도 마찬가지. 이 업체는 얼마전 퇴사대상자들에게만 “지금 퇴사하면 1년치의 연봉을 위로금조로 지급할테니 퇴직원을 내라”는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 전자우편을 받지 않은 직원이 퇴사를 신청할 경우에는 위로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과거에 위로금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한 직원들까지 덩달아 나간 선례를 있은 이후 취해진 조치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핑크 봉투’는 널리 알려진 얘기. 이 업체는 매년 실적평가를 실시해 일정 기준을 미달하는 직원들에게는 퇴사를 의미하는 핑크색 봉투를 전달한다.

개인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옆의 직원들도 당사자가 나갈 때까지는 퇴사여부를 알 수 없다. 아직까지 한국MS 직원들은 핑크 봉투를 전달받은 사례가 없다.

삼성SDS는 이달 초부터 긍정적인 무급휴직제도를 도입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무급휴직 기간 동안은 경력이 정지되는 기존 제도와 달리 휴직 기간도 연차에 포함된다.

신청자를 많이 유도하고 외부에 안좋은 소문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단, 어학연수, 대학원, 경영전문가과정(MBA) 등 자기개발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적용된다.

이밖에 K, S 등일부 인터넷업체들은 직원들의 수습기간을 연장하는 등 편법을 써서 채용을 미뤄 간접적인 구조조정을 벌이는 곳도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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