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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정부의 商道와 商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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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정부의 商道와 商術

입력
2001.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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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을 잃어버린 명궁은 없다. 게다가 구조조정의 과녁은 하루가 달리 뒷걸음질치고 있다.와중에 요즘처럼 썩어빠진 권력과 연루된 금융사건이라도 터지면 개혁의 과녁은 어디 가고 허공을 향해 아까운 화살만 날려보내는 땜장이 경제정책들이 허다하게 나타난다.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던 대우차 역시 한 때는 12조원을 호가했지만 결국 그 10분의1도 안 되는 가격에 GM사로 넘어갔다.

구조조정의 근간을 해외매각에만 치중하다 보니 때 지난 시점에 매각은 되어도 개혁의 과녁은 이미 저 멀리 사라져 버린 뒤이다.

외환위기 이후 굵직굵직한 한국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는 주체는 항상 정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기에, 이제는 경제 살리기 과녁을 향한 정부의 상도와 상술부터 분명 경영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굳이 최인호의 '상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진정 국익을 위한 국제적 '빅딜'의 주체는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 덕목을 갖추고 있어야한다.

첫째는 협상이후 몇 수 앞까지 내다볼 줄 아는 큰 그릇이어야 한다.

큰 그릇에 담긴 물은 권력의 구정물이 몇 방울 튀긴다고해서 그 색이 변하거나 요동하지 않는 일관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임기 내에 모든 공을 다 쌓으려 하지 않는 겸손함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혼자서 채운 잔을 애지중지할수록 그 물은 그때부터 썩어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서둘러 사업을 성사시키기보다는 절묘한 위기전환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익을 위한 협상의 성과는 유리한 시점을 절대 놓치지 않는 준비성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해외매각을 진두 지휘해 온 경제 부총리의 경륜과 전문성은 결코 작은 그릇에 담겨 있지 않으며, 자리에 연연하여 공을 내세우기보다는 책임을 중시해 왔고, 여론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서두르지 않은 상도를 지켜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협상주체의 국제적 상도가 그릇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외매각에 대한 국민적 허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난에 찌들어 몇 푼 안 되는 돈에 딸자식 팔아치운 듯 그 안타까움도 지울 수 없다. 한마디로 대우차 매각 역시 정부의 정책적 명분은 지켰지만 기업의 경제적 실리는 불확실한 반쪽 타결에 그친 상술없는 상도 지키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국력을 내세운 미국인의 상술, 화교를 앞세운 중국인의 상술, 지혜를 간직한 유태인의 상술, 친절로 포장된 일본인의 상술, 나아가서는 평화로 교언된 김정일의 상술 앞에 딸깍발이 한국인의 상술은 아예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구조조정과 재벌개혁, 그리고 남북평화의 명분 하에 헐값에 내주고, 알면서 당하고, 무조건 퍼주는 모습만 역력히 보이고 있다.

기왕에 상도를 지키면서 실리도 챙길 줄 아는 상술에 밝은 인물이 우리 나라 정부에는 그만큼 없다는 것이다.

보리 싹으로 부산 유엔묘지를 푸른잔디처럼 만들고, 500원 짜리 동전에 새겨진 거북선으로 조선소 건설자금을 조달해온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회장의 창의적 상도와 상술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도 요란스레 세계지식경영대회가 열리고, 용가리 제작자와 자장면 배달부가 신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도대체 벤처기업이 재벌기업을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는 한국판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은 왜 실현되지 않고 있는가?

경제회생의 상도와 상술을 함께 챙겨주는비즈니스 지식과 도술은 역시 정부가 아니라 기업에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부터라도 국제적 상술 없이 왜곡된 정치적 상도만으로 구조조정에 임하는 경제정책이나, 장기적 과녁을 향한 상도 없이 단기적 상술만으로 벤처사업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산업정책이 함부로 시장경제에 개입되지 않도록 정부는 한발 뒤로, 그리고 기업은 두발 앞으로 나서는 민간주도의 상도와 실리위주의 상술을 기대해 본다.

/박기찬ㆍ인하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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