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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게이트 共和國'

입력
2001.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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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1년4개월 남았다. 5년 임기의 4분의 3이 지나간 셈이다.이제부터는 조용한 마무리에 신경을 쏟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가는 세월의 무상함 못지않게, 지나온 시간은 파란과 곡절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후반기에 터져 나온 대형 비리의혹 사건들이 무슨 무슨 '게이트'라는이름으로 줄을 잇고 있다.

주가를 어떻게 조작했느니, 전환사채로 얼마를 해먹었느니 하는 얘기들이 가뜩이나 강퍅한 서민의 일상을 우울하게 한다.

권력만 쥐면 가만히 있어도 재물이 생기는 권재불이(權財不二)의 사회에서 '한탕'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뿌리치지 못해 말년이 허망했던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정현준ㆍ진승현 게이트가 있었는가 하면, 또 최근엔 이용호ㆍ박순석 게이트 까지 헤아리기도 숨차다.

마치 '게이트 공화국'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박순석'을 빼고는 하나같이 수 백억, 수 천억원 대에 이르는 '한탕 범죄'다. '근거 없이 부풀려진 의혹'이란 집권측의 항변을 비웃기라도 하듯 권력과의 유착 악취가 물씬 난다.

날고 기는 사기꾼의 소행이라 해도 권력이 돌봐주지 않고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죄들이다. '게이트' 범죄의 공통점은 한 가지다.

결론은 항상 단독 범행으로 끝난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무수하게 회자되던 배후나 지원세력 얘기는온데 간데 없어진다.

이용호 게이트 역시 예외가 아닐 듯 싶다. 이 씨와 조폭 한 사람의 사기범죄 쪽으로 흘러가는 모양새가 앞의 '게이트'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정권이 바뀌어야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믿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성역없는 수사 다짐에도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그 놈이 그 놈 아니냐'는 조소뿐이다.

보통서민이 무슨 재주로 은행채무를 탕감 받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이용호라는 한 '진골(眞骨)'은 한 곳도 아니고 여러 은행으로부터 채무를 탕감 받았다고 한다.

해당 은행들은 손실처리로 기꺼이 채권을 포기하는 자비의 모습을 보였다. 은행 자의(自意)였을까.

검찰까지 휘말린 사연은 더욱 기가 막힌다. 몇몇 간부 인척이 이 씨 회사 간부였다더니 1차 조사 땐 연행 하루 만에 풀려났다.

그리고 연루의혹을 받던 간부 3명을 사표처리하는 것으로 사실상 덮었다. 이런 수사결과를 믿으라고 한다면 국민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은 아닐까.

한 번의 사고는 운전자 개인의 실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사고의 반복은 구조상의 문제다. 부패스캔들의 반복은 바로 이 정권의 구조적 결함 탓이다.

소위 실세(實勢)라는 사람들 품에 조폭까지 끼어들어 '형님 동생'하는 후진적 연고주의가 바로 병리의 주범이다.

'패거리 권력도 절대 부패한다'는 신조어가 나와야 할 판이다. 이런 추악한 연고주의의 고리를 끊지 않고는 부패척결은 구두선에 불과하다.

오죽했으면 특수부 검사출신한 여당 의원이 "특수부에 하루도 있지 않은 사람을 동향이라고 억지로 앉히다 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생겼다"고 검찰의 이용호 게이트 연루를 개탄했을까.

지역감정 이라면 지금까지는 주로 동서간의 문제였다. 그러나 작금에는 '호남 대 비호남'으로 확대됐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 정권이 깊이 통찰해야 할 대목이다.

새 청와대 비서실장이 가감없는 민심전달을 강조했다. 그 동안 언로(言路)가 원활치 못했음에 대한 자각이라 본다.

종종 민심과 동떨어진 '윗분'의 진단이 이를 방증한다. 언제까지 '과거청산'을 세습해야 할까. 대답은 집권층이 할 차례다.

노진환 논설위원 실장

jhr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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