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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대졸취업 사상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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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대졸취업 사상최악

입력
2001.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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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취업난이 그야말로 사상 최악이다.경기 침체의 골이 워낙 깊은 판에 미국 테러사태까지 겹쳐 그나마 있던 채용계획이 곳곳에서 취소되거나 규모가 대폭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대학 취업 담당자들은 “그나마 학교로 들어 오던 원서와 추천 의뢰가 지난해에 비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며 “IMF사태 이후 가장 어려웠다던 1998년 보다 취업난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Y대 공대 대학원 석사 이모(25)씨는 최근 정신과에서 ‘가면(假面)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란 진단을받았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증세란다.

지난 여름 학위를 받고 지금 껏 20여군데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히 낙방했다는 그는 “취업이 안된 스트레스로 두통, 소화 불량, 체중 감소에 시달려 병원을 찾았더니 이런 병명이 나왔다”고 하소연 했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장교복무 3년을 마친 이모(28)씨도4개월째 구직 활동 중이지만 아직 자리를 찾지 못했다. 바늘 구멍을 찾아 은행, 증권사, 정보통신 업체 등 10여군데 원서를 냈지만 매번 고배를마셔야 했다.

이씨는 “그다지 대단한 곳에 취직하려는 것도 아닌데 워낙 경쟁률이 높은데다 적지않은 나이도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좀 더 찾아보다 안 되면 고시원에라도 틀어 박혀야 할 것 같다”이라고 허탈해 했다.

올 2월 지방 C대를 졸업한 최모(27)씨는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위해 서울로상경, 지금까지 30여군데나 원서를 냈지만 최근에 취직의 희망을 아예 접어 버렸다고 했다.

“낙향하고 싶지만 부모님께 미안해 지난달부터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일하고 있어요. 같이 일하는 친구 중에도 상당수가 나 같은 취업을 못한 대졸자입니다. 기막힌 현실이죠.”

취업정보 전문업체인 리크루트사가 지난달 말 ‘100대 기업 채용동향’을 조사한 결과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이 무려 69%에달했다.

인터넷 채용정보업체인 인크루트사의 410개 상장기업 대상 조사에서도 하반기 채용 계획을 결정하지 못한 기업이 52.7%에 달했고,13개사는 하반기 채용을 아예 포기했다.

인크루트 이민희(李敏熙ㆍ30) 팀장은 “기업들이 수시채용위주, 경력직 위주로 채용을 하게 되면서 공채 등을 통한 취업문은 거의 닫혀버린 상태”라며“최근 몇 년간 줄곧 ‘최악’이라는 용어를 써왔지만, 올해 취업시장이야 말로 정말사상 최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균관대의 올 8월 현재 순수 취업률은 58%로, 경제위기 직후인 98년보다 6% 포인트 떨어졌다.

서울대의 올 2월 학부 졸업자의 순수 취업률은 고작 33.5%. 통계청의 8월중 대졸 이상 실업자수는 20만명으로지난해 8월 16만9,000명에 비해 18.3%나 증가했다.

성균관대 박성수(朴性洙) 취업 담당 팀장은 “학교로 들어오는 원서나 추천의뢰도 지난해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져 취업정보실을 찾았다가 원서도 못 구하고 돌아가는 학생이 수두룩할 정도”라며지금의 대졸 취업난을 ‘테러수준’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사상 유례없는 취업난 속에서 우울한 가을을 보내고 있는 대학 졸업생과졸업반 학생이 모였다.

지금은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초반의 어려움을혹독하게 겪어낸 이들이 다른 어느 학번들보다 미래의 확실한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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