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통신제한조치(감청)의 허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학계로부터 제기됐다.인하대 법학과 원혜욱(元惠郁ㆍ여)교수는 15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을 통해 내놓은 ‘도청ㆍ감청 및 비밀녹음(녹화)의 제한과 증거사용’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150여종의 범죄를 감청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대부분의 범죄수사에서 활용 가능할 정도로 광범위해 국민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감청이후 본인 통지의무도 없어 국민들이 감청을 당하고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감청 결과 아무런 범죄혐의가 없어도 합법적 형식으로 감청이 이뤄지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제7조 ‘국가안보 목적의 감청’의 경우는 그 요건을 막연히 ‘국가안보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수집이 필요한 때’라고만 규정, 사실상 정치사찰을 위한 감청도 가능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또 일반범죄는 3개월,국가안보관련 범죄는 6개월씩 무제한 연장 가능한 우리나라의 감청기간은 일본의 10일, 미국의 30일 등에 비하면 지나치게 긴데다 긴급감청의 경우법원통제를 받지않는 폐해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대법원 송무예규에 컴퓨터통신도 현행법상 감청대상인 전기통신 범위에 들어가게 됐다”며 “앞으로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e메일 감청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감청남용을 막기 위한현행법 개정방안으로 ▦감청대상 범죄를 마약, 유괴, 조직범죄 등 중범죄로 제한 ▦안보관련 범죄의 구체적 특정 ▦긴급감청 후 법원의 사후허가제 도입 ▦피감청자에 대한 감청사실 사후통보규정 신설등을 제시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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