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5일 사죄 방문한 서대문 독립공원에는 20세기와 21세기가 공존했다.지난 세기 침략의 반성을 촉구하는 우리 시민단체 회원들의 목소리가 독립공원 상공을 뒤덮은 가운데 30여분간 이 곳을 찾은 고이즈미 총리는 예정대로 과거사를 반성했다.
그는 1995년 이후의 일본 공식입장을 그대로 옮겨 "마음으로부터 반성과 사과의 마음을 갖고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매우 진지했다. 공원내 전시관등을 안내한 이정규(李政奎) 서대문 구청장은 "고이즈미 총리는 고문장과 사형장, 고문으로 두개골이 파열된 사진 등 일제의 잔혹상을 보면서 시종 진지했다"고 전했다.
그는 추모비에 헌화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고이즈미 총리가 "총리보다는 한 정치인으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고통과 희생을 당한 분들의 억울한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데에서는 인간적 고뇌도 엿보였다.
하지만 그의 말은 공원 주변시위대의 확성기 소리에 간혹 묻히곤 했다. 잦아들지 않은 시위대의 구호를 들으면서 기자는 일본의 사죄발언이 되풀이됨에도 한국민들의 사죄 요구가 여전한데 대해 고이즈미 총리가 여러 느낌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위대의 한 시민은 "교과서 왜곡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일본이 말보다는 행동을 보여달라는 것이 우리의 진심"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헌화했던 추모비에는 일제 만행으로 수많은 선열이 순국했으나 일제가 물러가면서애국지사들의 수형기록이 모두 불태워졌다고 적혀있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날 언행은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져야한다. 그래야만 고이즈미 총리의 사죄방문이 또 다른 '불타버린 기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영섭정치부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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